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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코리아] 당신도 '애정취약계층'이십니까

바람아님 2016. 9. 4. 07:31


[터치! 코리아] 당신도 '애정취약계층'이십니까


(출처-조선일보 2016.09.03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


'명함'이 人格을 대신했던 삶… 그 삶이 끝나면 남성은 허탈
자식에게 관심 쏟지만 자녀들은 '내 인생 따로'
자녀에게 애정 구걸 대신 취미 배움으로 '애정독립'해야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젊은 신혼부부는 주말이면 양가를 찾는 것이 유일한 레저활동이라고 했다. 
기특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겠다 싶었다. 
"이것저것 잔소리도 많이 하시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으면 돼요. 
어차피 그분들도 아직 젊어서 에너지 쏟을 곳이 있어야 하는데…." 감동적인 답이었다. 
그렇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하려던 찰나, 이런 말을 듣게 됐다.

"우리가 언제 목돈을 만들겠어요. 영혼 없는 리액션 좀 하면 시부모님이 가끔 돈을 줘요. 
친정 부모님은 지금 당장 큰돈을 주지는 않지만, 유산에 반영되지 않겠어요?" 
말로만 듣던 '효(孝)테크'의 현장이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弱者)'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노인에 대한 모욕이란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돌던 아버지들도 대략 쉰 살, 예순 살이 넘으면 가정과 가족을 챙기기 시작한다. 
문제는 자녀가 "아빠, 빨리 와" 칭얼대던 일곱 살짜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식은 크게 원하지 않는데, 부모는 사랑을 주고 싶어한다. '애정 수급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하고, 작은 애정에 쉽게 약해지는 계층이 있다. '애정취약계층'이라 부르면 맞춤하겠다. 
혹 이들에게 얄궂은 권력이라도 있으면 사태는 더 커진다. 
〈○○님 만나면 저희 오빠 생각나요. 감사합니다 ♡♡〉 지인이 이런 문자를 자랑했다. 
"나 좋아한다는 얘긴가?" 이렇게 해석해줬다. 
〈오빠 생각나요→웩 늙었어. ♡♡→옜다, 하트다. 내 부탁 꼭 들어줘.〉 
업무상 갑을(甲乙) 관계 이성이 이런 문자를 보냈다면 십중팔구 이런 뜻이련만, 
가련한 중년은 아직도 이 문자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애정취약계층 중에는 자기 인격 대신 '명함'으로 살아왔던 이들이 많다. 
화가 A씨는 20년 전 일로 만나 친구처럼 지내온 지인과 최근 의절한 상태라고 했다. 
임원이 된 그가 갑자기 말투까지 변하면서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원이 된 그는 새로운 명함으로 또 다른 인맥을 구축하겠지만, 명함이 사라지는 날 그의 새 인맥도 끊어질 것이다.

명함이 인격이고 자존감의 상징이라면, 명함 없는 인생은 암울해진다. 
끈 떨어진 남성들이 우울증을 겪거나 자존감에 손상을 입는 건 당연한 일이다. 
행패 부리고 주먹을 쓰는 '폭주 노인'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명함을 가져본 적 없는 이들은 '사람 자체'로 사람을 쉽게 사귄다. 여성이 대개 그런 쪽이다. 
그들은 나이가 들수록 '인맥'이 두터워져 밖으로 돌고, 
인맥이 얇아진 남자는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조심스레 문자를 날린다. "당신 오늘도 늦어?"

돈 없는 노년은 슬프지만, '돈만 있는 노년'도 호구가 될 뿐이다. 
전문가들은 "명함 없이 친구 사귀는 법부터 배우라"고 조언한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인맥을 쌓으라, 즉 동네 친구를 사귀라는 얘기인데 그걸 쑥스러워하는 게 한국 남자다. 
'주말이나 퇴근 후 무언가를 배우라'는 것이 차라리 요긴해 보인다. 
명함 교환할 필요가 없는 공간에 적응하란 얘기다. 
커피, 목공예, 요리, 기계 수리…. 방송대,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 같은 교육기관을 이용하거나, 
여행이나 수집이 취미라면 일본 오타쿠들처럼 '주제 여행' '주제 수집'을 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

무엇이 됐건, 자식들에게 애정을 빌고 그걸 돈으로 보상해주는 애정 매수(買收) 행위를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10대의 친구는 10대이고, 60대의 친구는 60대가 맞다.
 '자기 연배'에서 교유해야 한다. 
"옜다, 효도" 하고 자식들이 던져주는 애정에 만족하고 살기엔 우리 중장년은 젊고 스마트하고 건강하다. 
애정취약계층이 될 필요가 없다. 그게 이른바 나이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NOW] 남몰래 우는 '육아上京 할머니들'


(출처-조선닷컴 2016.09.03 김민정 기자)


손주 돌봐주기 위해 홀로 올라와 주말이면 타향살이 쓸쓸함 호소… 식모살이 하는 기분 들기도
남겨진 할아버지, 독거노인 신세

60세 이상 인구가 자녀와 동거하는 이유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남편과 둘이 살던 박모(여·65)씨는 지난 2월 
서울에 있는 아들 부부 집으로 혼자 상경(上京)했다. 
육아휴직을 하고 두 살짜리 손자를 키웠던 며느리가 직장에 복귀하게 되자, 
아들이 박씨에게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까지만 같이 살며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처음 몇 달간 손자 보는 재미에 빠졌던 박씨는 요즘 주말만 되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외로움을 호소한다. 주말에 아들 부부가 손자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박씨 혼자 집에 남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제주도 토박이여서 서울에 일가친척이나 친구가 없다.

박씨는 주말에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아 아들네 먹일 음식 장보기와 
손주 옷을 사는 것으로 적적함을 달래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들이 준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나면 어김없이 아들로부터 
"뭘 그렇게 많이 사느냐"는 전화가 온다고 한다. 
신용카드 사용 명세가 아들 휴대폰으로 통보되기 때문이다. 
박씨는 "남편은 당장 내려오라고 성화지만, 
내가 내려가면 손자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자녀 대신 손주를 키우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자녀 집으로 '육아 상경'한 할머니들이 아무 연고(緣故) 없는 
타향(他鄕)에서 쓸쓸함을 호소하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사회 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같이 사는 
60세 이상 인구 중 20.6%가 '손자녀 양육 및 자녀 가사 도움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60세 이상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이 중 상당수는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사는 대가족(大家族) 형태가 아니라 할머니 혼자서 결혼한 자녀의 
집에 사는 경우로 추정된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나고 자란 김모(여·60)씨는 지난 5월 서울에 있는 아들(36) 부부 집으로 육아 상경한 뒤 말수가 
부쩍 줄었다. 김씨는 "남양주에서는 텃밭도 가꾸고 친한 교회 사람들과도 자주 어울렸는데, 서울에서는 손주 보는 것 말고는 
소일거리가 없다"면서 "육아뿐 아니라 청소와 음식, 빨래 등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는 게 힘에 부치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 혼자 방안에서 눈물 흘리곤 한다"고 했다. 
김씨는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양재동 꽃시장에 가서 꽃구경을 한다"고 했다. 
경남에서 운영하던 미용실을 접고 외손자를 봐주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한 할머니는 
"직장 다니는 딸이 주말에 피부과 시술을 받거나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며 손자를 은근슬쩍 맡길 때는 
'내가 식모살이하는 것 아닌가'하는 설움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육아 상경은 홀로 남은 할아버지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대전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올해 초 아내가 서울 구파발에 있는 아들 부부 집으로 육아 상경한 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 거의 매일 저녁 술 약속을 잡는다. 
집 근처에서 손주 또래 아이들을 보면 과자를 한아름 사주기도 한다. 
김씨는 "아이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이제 부부가 마음 편히 사나 했는데, 앞으로 몇 년이나 혼자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독거노인 신세가 따로 없다"고 했다.

김순옥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명예교수는 "홀로 상경해 하루에 10시간씩 어린 손주를 돌보며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소외감과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며 
"근처의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시니어(연장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여가 활동을 통해 심리적으로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녀가 먼저 알아챌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부모가 먼저 고충을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살면 부양을 받기보다 손주 양육 같은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자녀와 따로 살겠다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60세 이상 부모 가운데 75.1%가 
'앞으로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2011년 71%, 2013년 73%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자녀와 따로 사는 이유는 '따로 사는 게 편해서'가 57.9%로 '자녀에게 부담이 될까봐'(39.4%)보다 훨씬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