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추석을 맞아 서울 망우리 공원묘지에서 한 가족이 성묘를 하고 있다. 당시 성묘와 벌초는 추석 때 중요 가족행사였다. [중앙포토]
얼마 전 한 종중(宗中ㆍ성(姓)과 본(本)이 같은 문중)은 중부권에 있는 선산에서 조상 묘들을 납골당으로 옮겨 모셨다고 합니다. 이 중종의 관계자는 “앞으로 벌초를 하고 성묘를 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조상에게 불효를 저지르니 차라리 이장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실장은 “10년 전부터 이런 종중이 많아졌다. 일부는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선산의 묘를 없앴지만, 대부분 묘를 돌 볼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앞으로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추석엔 성묘를 다녀오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냅니다. 이런 풍습은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을 받아 ‘추석에 반드시 할 일’이 됐죠. 그런데 성묘와 차례도 시대상에 따라 바뀔 조짐입니다. 사실 올 추석에도 벌초 대행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기도 하죠.
2011년 9월 추석을 앞두고 부산 영락공원에서 벌초 대행업체 직원이 벌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 시설공단이 갤럽에 의뢰해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장사문화인식 조사’에 따르면 말입니다. 이 조사는 서울 생사문화주간(5~11일)을 맞아 이뤄졌습니다. 이처럼 장사문화인식을 전문적으로 물어본 여론조사는 흔치 않습니다.
2005년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추석 근무로 고향을 못 내려가는 직원을 위해 차례상을 차렸다. 상 위에는 전통적인 `어동육서``좌포우혜`가 아닌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를 올렸다. 추석 차례상도 점점 바뀌고 있다. [중앙포토]
‘장례를 어떻게 치르기를 원하는가’ 항목에선 ‘검소한 장례’(59.4%)를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자식들이 알아서’가 30.0%였습니다. 특히 60세 이상(35.6%), 중졸 이하(49.5%)에서 이런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격식에 맞게’(6.3%)와 ‘호화롭게’(0.4%)는 적은 편이었습니다.선호하는 장사방식으론 ‘화장’(69.8%)이 ‘매장’(17.0%)보다 많았습니다. 다만 60세 이상에선 매장 선호도(26.4%)가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구체적으로 보면 화장 가운데 ‘화장 후 납골’(27.9%), ‘화장 후 산골’(22.0%), ‘화장 후 자연장’(19.9%) 등을 선호했습니다. 매장에서도 ‘가족묘 매장’(12.6%), ‘공원묘지 매장’(4.4%)를 들었습니다.이번 설문조사 작업에 참여한 박태호 실장은 “한두 세대가 지나면 전통적인 성묘와 차례 문화는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농촌은 도시보다 그 속도가 조금 더 느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나듯, 20대는 다른 세대와 전혀 다르다. 그들의 생각을 수용해서 우리 전통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장례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