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노동생산성이다. 멕시코 자동차업계 근로자 임금은 하루 평균 약 40달러로 중국보다도 낮다. 신입사원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국의 30%밖에 안 된다. 멕시코가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해외에 새로 지어진 공장 라인은 유연성이 높다.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기호에 맞춰 생산 모델을 변경하더라도 공장 작업자들이 금방 적응할 수 있게 꾸며졌다. 생산설비는 오래되고, 근로자들은 라인 이동을 꺼리는 국내 공장에 비해 생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셋째는 정부가 주는 ‘지원(혹은 혜택)’ 경쟁력이다. 각국 정부는 공장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얼마만큼의 실질적인 혜택을 주느냐가 기업들의 입지 선택을 좌우한다. 멕시코는 기아차 공장에 496만㎡(150만 평)의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공장에 필요한 전용 전력선과 철로를 무상으로 깔아줬다. 법인세 감면은 물론 공장 직원들의 소득에 대해서도 감세 혜택을 줬다. 물론 멕시코는 반대급부를 얻는다. 기아차와 협력업체들이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 1만5000개다. 정규직으로 고용된 그들은 중산층에 진입해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소비력을 과시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그 같은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오랫동안 한국 경제를 묘사해온 단골 표현은 ‘소규모 개방경제’였다. 기업들은 국내 공장을 열심히 돌리면서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해외 시장 개척으로 극복했다. 그 사이 일자리가 생겨났고 중산층이 늘어났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은 예전처럼 활기차게 고용을 늘리지 못한다. 노동생산성은 벽에 부닥쳤다. 해외 시장에선 고율 관세를 비롯한 유·무형의 장벽이 국내 생산 제품을 막아서고 있다. 생존을 위해 해외로 옮겨가는 공장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 메커니즘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시스템의 재편과 혁신이 절실하다.
이 상 렬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