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1.07.19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빨강, 노랑, 파랑의 마름모꼴이 배열된 가운데 검은 직선과 흰 면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네덜란드 작가 테오 반 되스부르흐(Theo van Doesburg·1883~1931)의 '불협화음 속의 반 (反)-구성 XⅥ'<사진·1925년>이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데 스틸(De Stijl)'이라는 그룹 을 이루어 함께 활동했던 몬드리안의 작품과 무척 닮았지만, 몬드리안이 수평·수직선만을 사용한 데 반해, 반 되스부르흐는 대각선을 도입했다는 차이가 있다.
'양식'이라는 뜻의 '데 스틸'은 반 되스부르흐가 주축이 되어 1917년에 창간한 잡지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로 화가와 건축가였던 '데 스틸'의 구성원들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시각적 환경과 일상적 공간이 조화롭고 질서 정연할 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 또한 질서와 조화를 되찾으리라고 믿었다.
때는 바로 1차 세계대전의 한가운데, 광기 어린 폭력이 판을 치던 시기였으니 질서와 조화를 향한 그들의 열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반 되스부르흐의 작품이 보여주듯이, 그들은 획일적인 대칭과 일률적인 비례가 아니라 상충하는 각 부분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균형 상태를 추구했다.
'데 스틸' 멤버들은 삼원색과 직선만이 보편적인 인간 이성에 호소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조형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순수한 유토피아를 꿈꾸던 '데 스틸'마저 반 되스부르흐와 몬드리안 사이의 불화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끝내 대각선을 용납하지 못했던 몬드리안이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립하는 것들 사이의 조화를 꿈꾸던 고결한 이상이었건만, 대각선 하나 때문에 힘없이 무너진 셈이다.
(주석)
테오 반 되스부르크(Theo van Doesburg)
본명 크리스티안 에밀 마리 퀴페르(Christian Emil Marie Kupper). 네덜란드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 또는 예술 이론가. 유트레히드 출생, 스위스의 데보스에서 사망. 1917년 레이덴에서 잡지 『데 스틸』을 창간하여, 몬드리안, 반 데르 레크(Bart Van der Leck 1876~1958) 등과 데스틸 운동을 전개, 기하학적 추상도형과 입체의 미학을 확립하는데 공헌했다. 건축, 디자인, 나아가 다다이즘 등에 대해서도 폭넓은 관심을 보였고 1924년 엘리멘탈리즘을 제창하자, 몬드리안은 다음해인 25년에 그룹을 이탈한다. 네덜란드에서 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국제적으로 활약 〈압스트락숑 크레아숑〉 그룹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 했다. 주저 『(Grundbegritte der Neuen Gestaltung 1924) (신조형의 기초개념)』. 그외에 다다풍의 시작(詩作) 및 소설 한편이 있다.
contra-composition-of-dissonances
-xvi-1925
composition-ix-opus-18-1917-1917
Theo_van_Doesburg_Composition_XIII
Theo_van_Doesburg_Composition_XIII_(woman_in_studio)
'文學,藝術 > 아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3] 블루 이글 (0) | 2013.08.02 |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2]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0) | 2013.08.01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0] 브뤼겔, 겨울 풍경 (0) | 2013.07.30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9] 로이 리히텐슈타인, '꽝!' (0) | 2013.07.26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7] 체포당하는 예수 그리스도 (0) | 2013.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