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나토의 꾸준한 확장과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이러시아 반발과 중국의 불신 초래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을중국은 아시아판 나토 확대로 봐북핵 제거에 소극적 태도 나타내중국에 대한 '희망적 사고' 버리고미·중이 펼치는 체스판 보기 위해우리 시선을 세계로 향하게 해야
먼저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왜 그렇게 반발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북핵이라는 당면한 안보 위협에 나름대로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사드 도입을 결정한 바, 이에 대한 중국의 반대는 지나친 처사라며 중국에 서운한 마음을 갖는다.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한·미 동맹과 함께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으로 연결되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라인의 일부분으로 판단한다. 이 같은 중국의 사고는 냉전 후 유럽에서 진행돼 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대와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 과정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2008년 4월엔 나토 정상회의에서 마침내 러시아의 인접 국가들인 그루지야(현 조지아)와 우크라이나까지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안건이 논의됐고, 이에 러시아가 격렬하게 반발했다.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안보적 위협으로 간주한 것이다. 결국 러시아는 중국의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날인 2008년 8월 8일 그루지야를 무력으로 공격하는 강수를 뒀다.
이 같은 러시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는 2009년엔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훗날인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지도자가 축출되자 러시아군에 크림반도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는 배경엔 이처럼 무서운 기세로 뻗어가던 나토의 확대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2014년 여름 한국에서 사드 배치 이야기가 나온 직후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바로 사드 문제를 꺼내며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이기도 하다.
또 지난 7월 사드 배치가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도 중국이 계속 격렬한 비판과 함께 불만을 토해내는 데는 유럽에서의 미·러 충돌을 면밀히 지켜봤던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군사·안보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이 또 북한 제재와 북·중 관계 개선을 분리해 접근하는 행보를 택하는 것도 미국과의 경쟁에서 북한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필요성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북핵이나 사드 이슈에서 중국의 협조를 받기는 매우 어려운 상태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강대국들의 국익 계산을 감안하면 중국이 쉽사리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 편에 서서 북핵과 통일 문제를 다뤄 줄 것이란 순진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굳건한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란 우리의 정책을 중국에 명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중국 또한 한국이 한·미 동맹에서 벗어나 최소한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 줄 것이란 ‘희망적 사고’를 버리게 해야 한다.
둘째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감소시켜야 한다. 중국이 김정은 체제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용하려는 이유는 미·중 사이에서 북한이 갖는 전략적 완충국가로서의 가치 때문이다.이제 한국은 전통적인 완충국가 이론의 논쟁점 중 하나인 중립국과 완충국가의 차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미·중의 충돌을 완화시키는 ‘평화적이고 전략적인 준(準)완충국가’의 모델을 추구할 수 있다면 북한이 중국에 대해 갖는 완충국가로서의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
끝으로 우리는 중국과의 군사·안보적 갈등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경제협력에 이은 사회·문화, 인적 교류 발전을 강화해야 한다. 설사 한·중 관계의 한 축이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흔들리게 되더라도 다른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 시스템이 튼튼하게 구축돼 있다면 한·중 관계의 전체적인 틀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한권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행정학 석사, 아메리칸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에서의 연구 활동을 거쳐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과 지역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미·중 사이 한국의 이원외교』(2015)와 『차이나 콤플렉스』 (2014, 공저) 등이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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