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09 윤성은 영화평론가)
며칠 전 서강대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관해 특강을 했다.
줄거리, 인물, 배경 등 이 장르의 일반적 특징부터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과 그렇지 못한 작품들의 원인 분석,
앞으로의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최근 한국 영화 시장에서는 '베테랑', '내부자들' 등의 사회비판적 작품들이 인기를 모으는 반면,
로맨스를 다룬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는 잘 안 팔린다고 했더니 한 학생이 묻는다.
"그런데도 그런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연애담을 다룬 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사랑의 기쁨을 누리며, 누군가는 이별의 아픔을 겪으며,
누군가는 옛사랑의 추억을 꺼내보며 살아가고 있을 터다.
영화의 인물들은 우리가 사랑할 때 경험하는 천국과 지옥, 우월감과 열등감, 왕자와 거지 사이의 수많은 지점 중
어디쯤에서 "너도 그런 적 있니?"라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우리는 점점 스크린 속으로 빠져든다.
유치하고 뻔하다는 편견이 많지만, 사실 좋은 연애담은 사랑이라는 마법에 걸렸을 때 느끼는 희열뿐 아니라
그 마법이 풀어질 때의 고통, 이후의 허전함과 아련함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사랑의 한 주기를 겪으며 인물들은 성장한다.
지난 7일 개봉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에는 이 모든 것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고전 할리우드 영화의 우아함과 21세기 영화의 세련미를 고루 갖춘 이 작품은 두 남녀의 로맨스를 황홀하리만치
아름답게 묘사한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데, 짧고 강렬하게 남겨 놓은 낭만적 연애 이후의 이야기에서 영화는 더없이 특별해진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 한편에 쌓여 있더라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하며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
그런 평범한 우리네 삶이 동화 같은 영상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판타지와 현실이 멋지게 교차하는 멜로 영화 한 편은 냉한 손과 가슴에 온기를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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