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12] 최초로 인쇄된 성탄절 카드의 몸값

바람아님 2016. 12. 17. 16:50

(조선일보 2016.12.17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해마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정성껏 장만한 크리스마스카드를 가족과 친구, 고마운 분들과 나눈다. 

오랫동안 적조했던 친지가 보내준 카드를 받기라도 하면 기쁨 속에 잔잔한 추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세계 최초로 인쇄된 크리스마스카드는 1840년대 초반 빅토리아 여왕 치하의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관습은 카드를 일일이 손수 만드는 것이었으나, 영국 공문서 보관소 고위 관리였던 헨리 콜(Cole)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석판 인쇄술을 활용해 대량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술과 디자인에 조예가 깊었던 콜은 절친한 친구이자 

화가인 존 호슬리(Horsley)에게 사상 처음 크리스마스카드 1000장을 주문했다.


최초로 인쇄된 크리스마스카드, 의뢰인 헨리 콜, 제작 존 호슬리, 크기 가로 12.5㎝×7.5㎝, 1843년  (클릭하면 2048 × 1536 이미지 가능)


호슬리는 석판 인쇄기로 밑그림을 찍어낸 다음 붓으로 물감을 풀어 일일이 채색하는 방식으로 카드를 제작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카드의 가운데에는 여왕 가족이 식탁에서 식구와 친구, 그리고 영국의 안녕을 위해 건배하는 모습을 

그려 넣고 그 밑에 성탄과 신년을 축하하는 문구를 적었다. 

양옆은 성경에서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가르친 것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채웠다. 

카드의 맨 윗부분에 받는 사람, 아래쪽에는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엽서처럼 편히 쓰도록 했다.


콜은 자기가 사용하고 남은 카드를 런던 번화가의 아트숍에서 한 장당 6펜스(한화로 환산한 현재 가치 약 6200원)에 

팔았는데 그 당시로서는 비싼 가격이어서 부유층 인사가 애호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8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콜의 크리스마스카드는 역사성과 희소성 덕분에 소장 가치가 아주 높다. 

2008년 12월 그 카드 중 1장이 경매에서 8500파운드(약 1525만원)에 낙찰됐다. 

170여년간 잘 보존한 정성이 2500배의 가치로 평가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