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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42] 지진

바람아님 2013. 8. 25. 11:53

(출처-조선일보 2010.01.22 주경철 서울대교수·서양근대사)


지진의 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까?

지진 예측이 가치가 있으려면 지진이 일어나는 장소와 시기, 규모를 정확히 맞춰야 한다. 학교와 공장의 문을 닫고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 지진학자는 유용한 지진 예측은 "50%는 맞아야 하고, 하루 정도의 정확도를 가져야 하며, 50㎞ 이내로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불가능하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에서는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지진 예측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큰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에 나타나는 특별한 징후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구물리학자들이 백년 넘게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믿을 만한 전조 현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누구는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땅에 이상한 전류가 흐른다고 주장했고, 누구는 개나 소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혹은 날씨가 아주 변덕스럽거나 이상한 빛이 난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구물리학자인 로버트 겔러는 이런 식으로 지진의 전조현상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는 연구 논문을 700편 이상 검토했으나 어느 하나 신뢰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구물리학자들은 "지진의 에너지 방출 규모와 발생 빈도 사이의 관계는 멱함수(冪函數·power function) 형태를 띤다"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사람이 느낄 수도 없는 아주 작은 지진이나 아이티 대지진이나 모두 똑같은 원인으로 일어나되, 다만 작은 지진이 큰 지진보다 일정한 비율로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큰 지진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인이 따로 있지 않으니 특별한 징조도 없고, 큰 지진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전혀 알 수도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지진 발생은 하늘의 뜻이라고 하더라도 지진에 대한 대비 그리고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복구 사업은 전적으로 인간 사회의 몫이다. 저명한 역사가 에릭 존스의 주장처럼 선진국이란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서 충격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하는 국가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