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9.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사람들에게 '2.1'이라는 숫자를 보여주며 그 의미를 물으면 별의별 답이 다 나온다. 제일 많이 나오는 답은 웹 2.0이 3.0으로 건너뛰며 거쳐가는 첫 단계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숫자 2.1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아야 하는 평균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인구대체출산율 또는 합계출산율이다. 언뜻 생각하면 부부가 자식을 둘만 낳으면 인구가 유지될 것 같지만 결혼적령기에 이르기 전에 사망하는 확률을 감안하여 2.1명을 낳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무시무시한 구호를 앞세우고 무차별적 산아제한 정책을 밀어붙여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러다가 2002년의 합계출산율이 1.17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구호가 하루아침에 "하나는 외로워요"로 바뀌었다. 그 후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5년 1.08로 급강하했다가 2007년에는 '황금돼지 신화' 덕에 1.25로 잠시 오름세를 보이더니 2008년에는 다시 1.12로 주저앉았다. 이젠 이 끝 모를 추락이 언제 소수점을 찍을 것인지가 문제일 뿐이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미래 사회는 고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젊은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에서 단연코 최고로 빨리 고령화하고 있는 나라이다. 2018년이면 65세 이상 노인들이 15세 미만 어린이들보다 많아진다. 인구 규모도 역사상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란다. 2009년도 다 저물어가는 즈음이니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은 일이다.
나는 작년 이 무렵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김빛내리 교수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육아의 부담 때문에 한때 연구를 포기하려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 '저출산-고령화'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만일 우리 정부가 그 심각성은 알고 있으면서도 세종시와 4대강 문제 때문에 접어두고 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참고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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