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8.07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서쪽으로 떨어진 태양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밤 하늘의 수 많은 별들은 왜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 걸까?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얼마 전까지 함께 웃고 사냥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던 부모님. 그들은 왜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걸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동의도 설명도 없이 ‘세상’이라는 이 신기한 장소에 태어나버린 우리.
모든 것이 새롭고, 새로운 것들은 언제나 위험했다.
예측 불가능 세상에서의 참을 수 없는 두려움. 인간은 무질서의 세상에서는 존재할 수 없었다.
우연히 던진 돌이 열매를 떨어트렸고, 남보다 더 커다란 내장을 가진 염소를 손질한 다음날 오랫동안 기다리던 비가 내렸다.
아, 그런 거였구나! 동물의 내장을 잘 살펴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구나.
글과 문자를 최초로 발명했다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이자 책벌레로 유명한 아슈르바니팔 왕은 수도 니네베에 인류 최초의 도서관을 세우기도 했다.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에 보관되었던 대부분 ‘책’들은 미래 예측 용이다.
밤하늘의 별, 조개껍질의 무늬, 염소의 내장. 모든 것이 운명과 미래의 예언이었다. 무질서한 세상을 예측하게 해주는
자연의 신호. 권력은 자연을 읽을 수 있는 자의 것이기에, 고대문명의 모든 지배자들은 왕이자 무당이자 예언자였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의식과 전통, 그리고 종교와 과학을 탄생시켰다.
‘신’이라는 증명할 수 없는 존재를 가설하는 종교와 달리 과학은 자연의 법칙을 추구한다.
객관적 관찰과 반복된 실험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갈릴레오 갈릴레오는 대담한 주장을 제시한다 : 자연의 법칙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적혀 있다고.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수학은 완전 하기에, 우리는 수학을 통해 우주와 운명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지만 수학은 정말 완벽할까? 수학적 증명이란 과연 무슨 의미일까? 19세가 수학자들은 존재적 고민에 빠진다.
막연하게 수 천 년 동안 믿어왔던 수학적 ‘진실’은 진정한 참일까? 참과 거짓의 차이는 무엇일까?
독일 수학계의 대가였던 다비드 힐버트(David Hilbert)는 1900년 세계 수학자 대회에서 수학의 기본인 산술의 공리들이
무모순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수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헤드(Alfred North Whitehead)와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힐버트의 도전을 받아들인다.
1910년에서 1927년까지 총 17년 동안 그들은 단순한 몇 가지 공리들을 시작으로 논리와 집합이론 만을 통해
수학의 모든 진리를 증명하려 한다.
화이트헤드와 러슬의 대작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PM)》는 379페이지에서야 ‘1+1=2’라는 사실을
증명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렵고 머리가 아플 것 같기만 한 20세기 초 수학자들의 고민.
수학의 완벽함을 추구하던 그들의 도전이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소설가 독시아디스와 컴퓨터 공학자 파파디미트리우의 《로지코믹스》는 논리(로직)와
만화(코믹스)를 통해 이 어렵고도 중요한 역사를 유쾌하게 소개한다.
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저자 :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글 ;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애니 디 도나 그림/
전대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 341 p
410.4-ㄷ83ㄹ/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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