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파울루 코엘류는 스스로 울보라고 고백했다. 영화를 보다가, 전화를 하다가 심지어는 노을을 바라보다가도 운다며 "눈물은 쓰이기를 기다리는 말"이라고 했다. 나도 눈물이 많은 편이다. 어려서부터 사내는 남들 앞에서 절대로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고 배웠건만 대중 강연을 하다가도 울컥하는 바람에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엔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도 하릴없이 눈물이 쏟아져 슬그머니 화장실로 피하곤 한다.
남자가 중년이 되면 남성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들며 그 줄어든 만큼을 여성 호르몬이 채우기 때문에 주책같이 눈물이 많아지지만 우리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도 분명 한몫한다.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옛날 우리 영화에서는 배우는 그저 우는 시늉만 하고 음향으로 흑흑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대형 화면을 가득 채운 배우의 눈에서 그야말로 닭똥 같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최근에는 우리 남자 배우들의 눈물 연기도 손색이 없다. 인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배우 김수현과 그의 아역을 담당했던 여진구의 오열 연기는 가히 백미였다.
예전에는 감독들이 눈물을 짜내지 못하는 배우에게 심지어는 가족 중의 누군가가 죽었다고 상상해보라는 주문까지 했다고 들었다. 감정에 호소하는 게 실패하면 안약을 넣어 흘러내리게 하거나 멘톨(menthol) 같은 화학약품을 눈에 뿌려 억지로 눈물을 제조하기도 했단다. 요즘엔 정치인들도 심심찮게 눈물을 흘리고 그로 인해 때로 상당한 반사 이익을 거둔다. 만일 그 눈물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면 정치인들의 연기력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거짓으로 흘리는 눈물을 서양에서는 '악어의 눈물'이라 부른다. 악어가 먹잇감을 뜯으며 눈물을 흘린다는 그릇된 정보에 의거해 생겨난 표현이다. 악어의 눈물은 오랫동안 물 밖에 나와 있어 뻑뻑해진 눈을 윤활하게 할 뿐 감정이 북받쳐 흐르는 눈물은 아니다. 거짓이든 참이든 이른바 '감정 눈물'은 오직 우리 인간만 흘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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