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블루베리 농장들이 많은 북미에서는 양봉가들이 큰 트럭에 벌통을 싣고 이런 농장들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오리건주립대 생태학 연구진은 최근 꿀벌이 실제로는 블루베리 꽃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는 뜻밖의 관찰 결과를 내놓았다. 꿀벌이 수확해 들이는 꽃가루 중 블루베리는 극히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줄도 모르고 농장주들은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며 양봉가들에게 벌통을 가져와 달라고 애걸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요즘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곳이 제법 많아져 실제로 보았는지 모르지만, 블루베리 꽃은 길쭉한 항아리 모양을 하고 땅을 향해 살포시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꿀벌이 그 좁은 입구를 통과해 꽃 속으로 기어올라가 꿀과 꽃가루를 채취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꿀벌은 또한 뒤영벌처럼 강력한 날갯짓으로 공기를 진동시켜 꽃가루를 떨어뜨리는 능력도 없다.
나는 자연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 첫 논문을 1982년 펜실베이니아 곤충학회가 발행하는 '멜샤이머 곤충학 시리즈(Melsheimer Entomlogical Series)'라는, 검색도 되지 않는 학술지에 실었다. 그해 여름 내내 나는 곤충학과의 조수가 되어 학교 트럭을 몰고 지역 곳곳에 설치해놓은 포충기에 곤충이 매일 몇 마리나 잡히는지 조사하던 중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내가 점심 도시락을 까먹던 작은 언덕에는 황금싸리 꽃들이 흐드러졌고 온갖 종류의 벌이 잉잉거렸다. 마침 내일(15일)의 탄생화가 바로 황금싸리인데, 잘 관찰해보니 꿀벌은 얼기설기 쌓인 황금싸리의 꽃잎을 헤집고 들어가는 데 퍽 오랜 시간을 허비하는 반면 뒤영벌은 가운데 용골 꽃잎에 내려앉자마자 그 무게 덕택에 꽃이 활짝 열려 별 어려움 없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우리 옛말처럼 자연에도 다 짝이 있다. 이렇게 짝끼리 서로에게 맞춰가며 진화하는 과정을 공진화(co-evolution)라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농장주와 양봉가는 엉뚱한 벌을 데려다 짝지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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