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12.01 김성현 기자)
[그 영화 그 음악] '조용한 열정'과 찰스 아이브스
영화 ‘조용한 열정’에서 에밀리 디킨슨을 연기하는 배우 신시아 닉슨. /디씨드
Q. "죽음을 위해 내가 멈출 수 없었기에/
죽음이 날 위해 친절히 멈춰줬네/
마차에는 우리 자신과/영원뿐."
최근 개봉한 영화 '조용한 열정'(감독 테렌스 데이비스)은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
(1830~1886)의 삶을 그리고 있다. 평생 결혼한 적 없이 은둔했던 시인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디킨슨 역의 여배우 신시아 닉슨이 시인의 작품을
직접 낭송한다.
이 장면에서 신비로우면서도 잔잔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배경 음악으로 깔린다. 미국의 현대음악가 찰스 아이브스
(1874~1954)의 '대답 없는 질문(The Unanswered Question)'이다. 왜 이 곡을 사용한 걸까.
A. 지금은 디킨슨이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여류 시인으로 꼽히지만, 생전에는 예닐곱 편의 시를 지면에 발표했을
뿐이었다. 1700여편에 이르는 디킨슨의 시가 출간된 건 시인이 세상을 떠난 이후였다.
평생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시인처럼 작곡가 아이브스 역시 많은 작품이 연주되지 않았고 말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평가를 받았다. 1947년 퓰리처상 음악 부문을 수상했을 당시 아이브스의 나이는 73세였다.
수상작이었던 '교향곡 3번'은 1908년에 작곡됐지만 38년 뒤인 1946년에야 초연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술 세계에 대한 평가가 늦었다는 점만이 아니다.
미 코네티컷주 출신의 아이브스는 랠프 에머슨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같은 문필가들의 경건하고 자연 친화적인
세계관에 경도됐다. 고독 속에서 인간의 영혼과 자연에 대해 노래했던 디킨슨과 아이브스에게는 미 동부의 청교도적
가치관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1908년 아이브스의 작품인 '대답 없는 질문'은 트럼펫 한 대와 목관, 현악 합주의 이색 편성이다.
트럼펫이 먼저 화두를 던지면 목관 악기들이 서로 다른 응답을 내놓지만,
제목처럼 여전히 정답은 알 길이 없고 현악만이 줄곧 아련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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