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명문고로 꼽히는 버겐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건이다. 버겐카운티는 뉴욕 맨해튼과 허드슨강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지역으로, 한국인 거주 비율이 꽤 높은 곳이다.
당시 혐오 발언을 직접 들은 한인 학생들은 학교 상담사를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데이비스 러셀 교장 등 학교 당국자들은 “교사의 농담이 확대해석됐다”면서 한인 학생들에게 구두로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다.
게다가 몇몇 한인 학부모들이 서둘러 불 끄기에 앞장섰다. 만약 해당 교사를 해고라도 하게 되면 한인 학생에게 앙심을 품은 다른 교사들이 대입에 필요한 추천서를 써 주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이 사건은 본지 뉴욕판의 보도를 통해 뉴욕 일대 한인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사태가 커지자 학교 측은 해당 교사를 버겐카운티 내 다른 학교로 전근 조치했다.
이 같은 소극적인 처리에 맞서 최근 한인 중·고교생과 뉴저지한인회, 시민참여센터 등이 나서서 교사면허 박탈 같은 강력한 징계와 재조사,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만약 유대인이나 흑인 학생을 대상으로 ‘싫어한다’는 발언을 했다면 그 후속 조치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겉으로나마 다양성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특히 교단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망언이다. ‘한국인은 혐오해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기 전에 저항의 목소리를 강하게 낸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의원이 밝혔듯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의 피해는 약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도 않았고,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좋은 게 좋은 것’이었다. 결국 이유도 모른 채 한국 관광 재금지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진작에 할 말을 했으면 이렇게 끌려다니진 않았을 것이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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