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1.05 양지호 기자)
[당신의 책꽂이가 궁금합니다]
새해에 선물하고 싶은 고전(古典)은?
1. 공자 5. 레프 톨스토이 | 논어 안나 카레니나 |
지난달 13~15일 Books의 질문에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플래티넘 회원
(분기별 30만원 이상 책 구입) 1006명이 답했다.
1위는 '논어'(83명). "오래된 책이지만 현시대에 적용하기에 어색함이 없는 철학이 담겨 있다."
"새해를 시작할 때가 가장 의지가 넘치므로 '논어' 같은 어려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
'삼국지'(63명)가 2위를 차지한 데는 혼란스러운 시대상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 뒤를 '데미안'(55명), '어린 왕자'(31)가 이었다.
'오만과 편견'(27명)과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한 '안나 카레니나'(27명)는 신선한 선택이었다.
새해 벽두에 귀부인의 불륜 이야기를 '맹렬독자'들이 권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당신의 책꽂이가 궁금합니다' 지면에 1위 '논어'와 5위 '안나 카레니나' 리뷰를 싣는다.
총 50위까지의 리스트는 조선닷컴(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이 리스트를 중심으로 한 예스24 일반 회원의 독자 투표는 오늘(5일)부터 12일까지
예스24 홈페이지(www.yes24.com)에서 진행한다.
☞맹렬 독자는? 출판계에서 '진성 독자'라고 부르는 맹렬 독서가다. 예스24의 플래티넘 회원은 남성 38%, 여성 62%이며 연령별로는 40대가 36%로 가장 많다. |
서양에는 '군주론'이 동양에는 '論語'가 있다 (조선일보 2018.01.05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당신의 책꽂이가 궁금합니다] 새해에 선물하고 싶은 고전(古典)은? 논어 공자 지음|김형찬 옮김|홍익출판사|424쪽|1만5000원 '논어(論語)'를 보는 눈은 주희(朱熹)가 사서(四書)의 하나로 포함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주희가 사서로 포함한 이후 버전, 즉 선비나 사대부의 마음 수양서 정도로밖에 보지 못하는 시야에 머물러 있다. 조선 500년 주자학 혹은 성리학의 영향이기도 하고 20세기 100년간 '논어'를 제대로 천착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왜 한국인들은 여전히 '논어'를 사랑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손에 딱 잡히지는 않아도 뭔가 있는 것 같은 인상 때문이 아닐까라고 여긴다. 그런데 우리 실상은 조금은 부끄럽다. 논어력(論語力)이라는 용어가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논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응용하는 능력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한·중·일의 논어력은 일본 한국 중국 순(順)이다. 중국은 문화혁명 및 근대 학문적 훈련의 지체 때문에 아직은 뒤처져 있다. 우리는 19세기 말부터 100년 가까이 우리 조상의 지혜를 내팽개치면서 '해석의 단절'을 겪었다. 반면에 일본은 학문적 단절이 없어 논어력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그나마 새해 선물하고 싶은 고전 1위로 '논어'가 뽑혔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독서 대중은 원하는데, 사실 우리 학계에 대중 눈높이에 맞게 그 내용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 공자는 서른 살에 이립(而立)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논어 공부 10년을 넘기면서 이게 무슨 뜻인지를 제대로 푸는 전문가를 만나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인격적 주체로 홀로 서는 것' 정도의 풀이에 머문다. '논어'는 죽간에 쓰인 책이다. 그것은 엄청난 압축이 있었다는 뜻이며 이를 풀지 않으면 제대로 '논어'를 알 수 없다. 이립(而立)은 먼저 자기 자신을 세우고 나서 다른 사람을 세워준다는, 입기이립인(立己而立人)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 글자만 따온 것이다. 당시 문자를 해독한 식자들은 이립(而立)만 봐도 입기이립인을 떠올렸다. 이런 식으로 압축된 글자들을 복원해낼 때 '논어'는 마음 수련서에 머물지 않는다. 서양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제왕학을 대표한다면 동양에서 그 자리는 바로 이 '논어'다. 혹시 '논어'의 맨 마지막 두 구절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결론이다. "예를 알지 못하면 설 수 없고[不知禮 無以立],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言 無以知人]." 자기건 남이건 세우고 세워주는 것[立]은 예를 알 때 가능하며, 특히 다른 사람이 하는 말만 듣고서도 사전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사람을 볼 줄 안다[知人]고 할 수 없다. 물론 그런 사람이 남을 다스려서는[治人] 안 된다. 그래서 '논어'는 제왕학인 것이다. 올해부터는 '논어'에 대한 제대로 된 사랑이 퍼져 나가기를. | |
인간의 독선은 어떻게 파국을 가져오는가 (조선일보 2018.01.05 양지호 기자) [당신의 책꽂이가 궁금합니다] 새해에 선물하고 싶은 고전(古典)은? 안나 카레니나(전3권) 레프 톨스토이 지음|박형규 옮김|문학동네|1644쪽|3만8500원 "그렇겠지. 지금은 진실이겠지. 그것은 별문제야. 지금이 영원은 아닐 테니까." 3권짜리 두꺼운 책의 큰 줄거리는 간단하다. 귀부인 안나 카레니나가 미남 군인 브론스키를 만난다. 안나는 로봇처럼 냉담한 남편을 버리고 열정적으로 구애해 오는 브론스키에게 몸을 맡긴다.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브론스키와 함께 살아가지만 그의 사랑이 예전만 못하다고 생각한 안나는 착란 상태에 빠져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톨스토이는 사랑에 빠졌을 때의 설렘과 그 사랑이 무너지는 과정, 오해로 빚어지는 파국을 거장의 솜씨로 묘사한다. 그 심리 묘사는 때로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의 소설판을 읽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남녀가 다툰다. 남자는 동굴에 들어가고 대화를 원하던 여자는 홀로 고통스러워한다. 남편 카레닌과 애인 브론스키 모두 안나와 싸운 뒤에 보이는 반응은 전형적인 남자의 것 아닌가. 톨스토이는 예리한 시선으로 이런 남녀의 특징을 약 150년 전에 간파하고 있었다. 이 작품이 지금 읽어도 생생한 이유다. 그러나 이 책이 1600쪽짜리 통속극이라면 도스토옙스키의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는 찬사는 없었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구사하며, 안나, 카레닌, 브론스키 같은 주요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전달한다. 독자는 안다. 이들이 서로를 증오할 이유가 없으며, 또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안나가 냉담하다고 생각하는 카레닌은 사실 안나를 배려하고 있는 것이고, 안나가 의심하는 브론스키의 사랑은 변함이 없음을. 이 남자들에겐 사회적 성공 또한 안나만큼 중요했기에 벌어진 비극이란 것을. 그러나 동시에 안나가 기댈 언덕은 브론스키의 사랑뿐이라는 것도 독자는 안다. '안나 카레니나'의 등장인물들은 나약하다. 입으로는 다시는 보면 안 된다 말하면서도 브론스키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는 안나. 구혼을 거절한 키티를 결코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하면서도 눈빛 한 번에 무너지는 레빈은 인간의 결심이 얼마나 모래성 같은 것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순간 책을 읽으며 독자는 느낄 것이다. 이 결함 많은 인물들이 현대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불가항력적인 사랑을 소재로 톨스토이는 인간의 본질에 다가선다. 왜 새해에 이 책을 권하는가. 그것은 인간의 독선이 어떻게 파국을 가져오는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각자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것이 타인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나 카레니나'가 첫 문장부터 말하는 불행한 가정과 행복한 가정의 이야기는 그에 대한 힌트다. 마침 러시아 같은 맹추위가 찾아온 2주. 이 책을 읽기 최적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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