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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뉴스 저격] 메르켈·마크롱·메이, 시진핑의 일대일로에 일제히 등돌렸다

바람아님 2018. 4. 6. 15:14

(조선일보: 2018.04.06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오늘의 주제 - 시진핑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유럽 주요국은 왜 반발하나]


- EU 대표 리더들 동참 거부
中, 5년간 692억달러 들여 64개국에 도로·통신 구축… 中기업이 공사 89% 수주
서방국 "말로만 개방… 결국 자기들 이익 챙기기"

- 中 투자받은 국가들 빚더미
라오스·몽골 등 8개국, 부채 때문에 재정 위기… 경제 속국으로 전락할 판
'채권 제국주의' 비판 나와


지난 1월 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과 영국 외교 당국 사이에 한바탕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시진핑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문제를 놓고서였다. 중국은 메이 총리가 베이징에서 이 MOU에 서명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메이 총리는 끝내 거부했다.


영국은 중국이 2015년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립할 당시, 서방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창립 회원국 신청을 냈다. 메이 총리의 방중에는 일대일로를 포함한 90억파운드(약 13조6000억원)의 경협 프로젝트도

걸려 있었다. 메이 총리는 방중 기간 중 "중국은 국제사회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달 초 중국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 양해각서 서명을 거부하면서

"일대일로는 일방통행로일 수 없다"고 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유럽 지도자들의 반응 외

올해로 5년째인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서방국가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일방적 추진을 하고, 이를 통해 서방의 가치와 배치되는 친중(親中) 국가 중심의 국제 질서를

독자적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2월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정치적 야심을

체계적으로 추구하는 유일한 국가"라며 "일대일로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고 서방과 다른 가치 질서를 창조해

민주와 독재의 갈등을 표면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5년간 692억달러 투자… 中 기업이 총공사의 89% 獨食


'일대일로'는 2013년 9월과 10월, 시진핑 주석이 각각 '신(新)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직접

주창하면서 시작됐다. 동아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에 이르는 지역에 도로·철도·항만·통신 등 각종 인프라 시설을

구축해 경제 발전과 협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기업들의 '일대일로 국가' 대상 신규 투자 금액일대일로 벨트에 해당하는 국가는 인프라가 절대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가 상당수이다. 중국 조사 전문 기업 '윈드'는 "2016년을 기준으로

중국을 포함한 일대일로 지역 64개국의 인구는 32억10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43.4%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0%, 무역 비중은 21.7% 정도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지난 5년간 외교 역량과 돈을 총동원했다.

3000여 개의 국유기업 등이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들이 투자한 액수만

692억달러에 이른다.

수주한 공사 프로젝트는 3000건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국가들이 지적하는 '일대일로' 사업의 최대 문제는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중국 일변도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올 1월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 34개국 인프라 공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공사의 89%가 중국 기업에 돌아갔다.

다른 나라가 수주한 공사는 11%에 불과했다.

조너선 힐만 CSIS 연구원은 "중국 당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개방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빚'을 무기로 自國 의지 강요… '채권 제국주의'?


중국의 투자를 받은 일대일로 관련 국가가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된 것도 심각하다.

국제 개발 원조 전문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파키스탄과 라오스, 몽골,

키르기스스탄, 지부티, 몬테네그로 등 8개국이 중국에 진 빚 때문에 재정 위기의 함정에 빠졌다"고 밝혔다.


가장 위험한 나라는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인프라 건설 자금의 80%에 해당하는 620억달러를 중국에서 빌렸는데,

대출 이자(利子)까지 비싼 편이어서 상환 부담이 크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지부티는 중국에 진 빚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91%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이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68개국에 20년동안 빌려주게 되는 돈은 8조달러(약 8400조원)에 달한다고 CGD는 밝혔다.

미국 재무부 관리 출신인 스콧 모리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 나라들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

그 나라 경제가 중국 통제하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인도 뉴델리정책연구소의 브라마 첼라니 교수도 스리랑카가 중국으로부터 10억달러를 빌려 건설한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기기로 한 것을 예로 들면서 "중국이 국가 채무를 이용해 다른 나라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채권 제국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지렛대로 신국제 질서 구축에 나섰다고 본다.

구(舊)소련처럼 자신의 영향권 아래 있는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 자국의 권위주의적인 발전 모델 확산·강요를 꾀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중국이 발칸반도를 비롯한 중동부 유럽의 16개국과 중국을 묶은 '16+1' 플랫폼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이 돈을 이용해 중국적 가치를 유럽 국가에 전파하고, 유럽의 분열을 꾀하려 든다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월 마케도니아 방문 당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무역과 투자를 하려는데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자유무역은 호혜적이어야 한다"면서 "문제는 경제적인 관계가 정치적인 문제와 연결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발칸반도에 대한 투자가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 발언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일대일로가 속국(屬國)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헤게모니가 돼서 안 된다"고 했다.       




[최유식의 뉴스 저격]

親中 파키스탄, 중국과 짓기로 한 14억달러 댐 취소…

미얀마서도 中사업 난항


(조선일보 2018.04.06 최유식 기자)



중국 주변국도 '일대일로' 반발


'세계 공동 번영의 고속도로 vs 중국몽(夢) 실현의 도구'.


중국 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가 참여국들의 공동 발전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뒤에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전략적 고려가 숨어 있다.


가장 중요한 동기(動機)는 경제적인 것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30년 넘게 계속된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과잉 생산시설을 해소하는 게 우선적인 목적"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공급 과잉 산업인 철강만 해도 '일대일로' 공사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로 숨통을 틀 수 있다.


지속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낙후돼 있지만 석유와 가스·광물 등이 풍부한 곳이 많다. 또 중국 내륙과 인도양 일대를 잇는 철도망 등이 만들어지면,

미국이 제해권을 장악 중인 믈라카해협을 피해 석유 등을 운송할 수 있는 안보 전략적 효과도 볼 수 있다.

루강(陸剛) 화둥(華東)사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일대일로' 역내 교역이 활발해지면 위안화가 이 벨트의 국제통화가

돼 달러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국들에는 '덫'이 되는 측면이 상당하다.

패트릭 멘디스 하버드대 페어뱅크중국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와 차관 등을 받은 주변국들은

되레 '빚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파키스탄은 대표적인 친중 국가인데도 작년 11월 14억달러 규모의 다이메르-바샤댐 건설 사업을

취소했다. 댐 소유권을 중국이 가져가는 등 조건이 까다롭고, 건설 인력 1만7000명을 중국인으로 충원해

고용 효과도 없다고 본 것이다. 중국이 10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미얀마 미트소네댐 건설 건도 답보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