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모 2018.08.06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
사람들은 흔히 중국 경제의 발전상을 상하이, 베이징, 선전(深圳) 시가지의 놀라운
변화에서 찾곤 한다. 하지만 중국사 연구의 권위자인 임계순 교수는 그런 것들은
표면 현상에 불과하며, 중국의 진정한 내적 변화는 바로 싱가포르 발전 모델의 채택에서
나왔다고 본다.
문화혁명 직후 1978년 당시 부총리였던 덩샤오핑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마오쩌둥주의로 피폐해진 중국의 현실과 대비되는 싱가포르의 잘 정돈된 사회 경제상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중국은 공산주의 노선은 그대로 유지한 채 외자 유치부터 점진적으로 싱가포르식
정책을 도입했다.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이후 중국은 싱가포르식
발전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물이 1994년 싱가포르와 합작으로 추진한 쑤저우(蘇州) 공업단지 건설,
2007년 톈진(天津) 생태도시 건설, 그리고 2010년 광저우(廣州) 지식도시 건설이었다.
중국의 미래를 보려면 상하이나 베이징이 아니라 이곳을 보아야 한다.
중국과 싱가포르의 협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양국이 경제를 우선하고 민주주의를 차순위에 두었다는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은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기업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면서도 정치에서는
서구식 민주주의와 상반되는 독재를 병행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장점도 있지만 오용될 경우
무질서와 사회 혼란을 낳기 쉽다는 점, 그리고 다당제 역시 잦은 정권 교체와 이념 변화로 국가 장기 계획 수립과 집행이
저해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중국은 부패 없는 사회, 싱가포르에 매력을 느꼈다.
싱가포르는 사실상 인민행동당 일당 체제를 유지했지만 준엄한 법치(法治)로 부패가 전혀 자리 잡을 수 없었다.
시진핑의 강력한 부패 척결 운동은 싱가포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싱가포르의 위업과 이를 자국 현실에 맞게 재적용하면서 굴기(崛起)하는 중국의 모습까지 견주어 보면,
최근 백년대계는커녕 십년 계획조차 뚜렷하지 않은 우리나라 모습이 자꾸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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