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8.10.05. 14:46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 소관, 환경부 멸종위기종과 조금씩 달라
새들의 활동 반경 고려한 'IUCN 적색목록', 탐조와 보존에 유용
새를 보다보면 새의 종류를 알게되고 그 목록을 정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 의미 있는 활동이 된다. 그리고 정리한 목록이 천연기념물에 해당되는 지 또는 멸종위기종에 해당되는 지를 확인하면 자신의 관찰 목록에 더욱 큰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과 더불어 더 나아가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의 기준인 IUCN(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면 탐조활동에 도움이 되고 또한 탐조활동이 새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이 지정, 관리하는데, 우리나라 조류 500여 종 중에 현재 46종이 천연기념물로 등록돼 있다. 크고 화려하고 멋진 새들이 초창기에 등록되었고 점차 멸종위기의 새들이 천연기념물에 포함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에 많으니 멸종위기 아니다?
1968년에 크낙새, 황새, 혹고니, 두루미, 저어새 등의 새들이 조류 최초로 등록되었고, 1973년에 독수리, 검독수리, 참수리 등 대형 맹금류가 지정되었다. 1980년대에 수리부엉이, 소쩍새 등 올빼미류와 참매, 새매 등 중소형 맹금류, 개리, 검은머리물때새 등 물새가 등록된 이후에 2000년대에는 뜸부기, 호사비오리, 호사도요, 뿔쇠오리 등이 추가로 지정되었다.
환경부가 지정하는 멸종위기종 새들을 보면 1급 14종, 2급 49종이 등록돼 있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나는 종들이 조금 있다. 천연기념물 중에 멸종위기종이 아닌 종은 원앙, 황조롱이, 개구리매, 소쩍새, 솔부엉이 등이 있다. 이는 천연기념물이 반드시 멸종위기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별도의 문화재적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지만 선뜻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새들은 그들의 처한 상황을 대체로 반영하지만 2011년 가창오리가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30만 개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 관찰개체는 이보다 훨씬 많으며 개체수 감소 없음”이라는 견해로 환경부는 해제하였다.
그러나 가창오리는 수십만 마리의 개체가 있더라도 겨울에는 하나의 큰 무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칫 한번의 잘못으로 이 큰 무리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더욱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멸종위기 관리가 필요한데, 목록에서 빠진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새들을 멸종위기 상황을 살펴봐야 하는 또 하나의 목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만 새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새들도 대부분 철새이다. 따라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의 목록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은 관찰과 더불어 새들과 서식지 보호 인식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기준이 되는 목록은 보통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정한 적색목록을 활용한다. 생물이 처한 상황에 따라 11개 단계로 멸종위기상황을 표기한다. 그 목록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 우리나라는 95종의 관리대상 조류종이 있고, 이중 58종이 상당한 관리가 필요한 멸종취약등급 이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흔히 보던 새들도 갑자기…
최근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IUCN 적색목록에 뜻밖의 새가 취약등급으로 등록되었다.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흰죽지’라고 하는 겨울철새오리가 2016년 10월에 멸종취약목록에 올랐다. 멸종취약등급은 재두루미, 독수리, 수리부엉이 등과 같은 등급이다.
지난 겨울 여전히 많은 수의 흰죽지를 관찰했는데 이들이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은 아직 보지 못 했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이들의 개체수 감소가 한계치를 넘기 시작했기 때문에 취약등급으로 조정된 것이다.
우리가 언제나 흔하다고 생각했었던 철새들이 이런 상황이 될 지 모르는 심각한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따라서 지금 멸종위기종이 아닌 종을 포함한 자연 전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상당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참고 사이트
▶한국조류보호협회
▶멸종위기야생생물
▶IUCN적색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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