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2018.11.02 한현우 논설위원)
매년 10월 31일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하는 노래 '잊혀진 계절'을 생각한다면 구세대다.
요즘 젊은 세대는 서양 축제 핼러윈을 떠올린다.
이날 강남이나 이태원, 홍대에 가면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채 귀신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 주인공 코스프레를 하는 이도 많다.
올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 가면이 인기였다고 한다.
▶핼러윈(Halloween)은 기독교의 '올 핼러우스 이브(All Hallow's Eve)'를 줄인 말이다.
만성절(萬聖節)인 11월 1일 전날을 뜻한다.
여기에 고대 켈트족이 10월 31일에 치렀던 축제 '사윈(Samhain)'이 결합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켈트족은 이날 죽은 이들의 혼령이 몰려온다며 서로 음식을 대접하고 악령을 쫓아내는 의식을 벌였다.
영미권에서는 이날 저녁 아이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맛있는 걸 주지 않으면 말썽을 피울 거예요(Trick or treat)"라고 말하며 사탕이며 초콜릿을 받아 간다.
▶한국에서는 주한 미군 부대 내에서만 핼러윈 파티가 있는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 원어민 강사들이 영어 학원에서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부터 젊은이들의 대중문화로 번졌다.
핼러윈을 앞두고 클럽들은 분장을 해야 입장할 수 있는 파티를 연다.
영어 유치원의 핼러윈 파티는 엄마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대형 마트에서 파는 마녀 모자나 망토로는 '튈 수' 없어 핼러윈 복장을 해외 직구하는 경쟁까지 벌어진다.
▶엊그제 강남 한 클럽의 핼러윈 파티에서 한 남자가 5만원짜리 지폐 다발을 뿌렸다.
이 남자는 작년부터 클럽에 나타나 현금 뿌리는 것으로 소문이 나 다들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돈다발이 허공에 흩어지자 수백 명이 돈을 줍느라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압사 사고를 우려한 신고 전화에 경찰이 출동했고 병원으로 실려 간 사람도 생겼다.
자신을 개인 투자 분석가라고 주장한 이 사람의 정체와 돈을 뿌린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문화 평론가들은 서양 축제 핼러윈이 한국에서 갑자기 유행하는 것을 "달리 놀 거리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한국 공휴일은 대개 역사적 기념일이거나 가족끼리 모이는 날이다.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모여 노는 서양의 축제가 요즘 세대에게 잘 맞는다는 설명이다.
예전엔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저런 사고가 많이 나서 경찰이 특별 순찰을 돌곤 했다.
그게 핼러윈으로 바뀌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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