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시론] 트럼프發 '통상 강공' 더 거세진다

바람아님 2018. 11. 11. 09:16

(조선일보 2018.11.10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美 중간선거 후 남은 2년간 '최대 업적'으로 포장하려 트럼프 더 直進할 공산 커
우리도 새 체제 대비해야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흔히 오해하는 것이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 미국도 손해를 볼 테니 결국 타협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을 교역 불균형 상대로 볼 때만 유효하다.

지금 미국 눈에 비친 중국은 냉전 종식 후 처음 '항미(抗美)' 기치를 든 안보 위협 국가다.

따라서 미국산 곡물과 석탄·위스키가 중국에서 덜 팔린다고 미국이 타협할 걸로 보는 것은 단견이다.


중국에 대한 이런 재평가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거의 같다.

2015년 1월 연두교서에 포함된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對中) 언급은 올가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글들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전자가 외교적 수사로 정제됐고 후자는 노골적인 심중의 표출이 차이랄까.

민주당이나서더라도 대중 정책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다른 오해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미국 내 반대 여론이 들끓는다는 평가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민·의료보험 등 트럼프 정부의 다른 정책에 대한 비판은 크지만 통상 분야에서 반대 목소리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의 합리적 지적이 미국 여론 전반으로 뒤바뀌어 전해지는 탓이다.


지난 6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으로 복귀했고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 2년간 크게 놀란 우리의 관심사는 미국 통상 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다. 하지만 미·중 분쟁의 본질과 미국 내

여론 동향을 보면 의회 권력 변화가 최소한 통상 분야에선 무의미함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남은 2년간 더 강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핵 같은 사안들과 달리 통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그래서 최대 업적으로 포장하기

쉽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멕시코·캐나다와 원하는 조건대로 협상을 타결했고 일본, EU와의 협상을 앞두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도 주요국들이 예전과 달리 미국 비위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로선 통상 분야에서 직진할수록 정치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판단을 할 것이다.


중간선거에서도 확인됐지만 '강공 드라이브'는 트럼프 지지층 결집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선거 당일 44%에 달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표만 그대로 가져가도 2020년 재선 가도에 유리하다. 이미 미국 언론들은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기 시작했다.

재선을 위해서라도 트럼프는 후반 2년간 더 공격적인 통상 정책 기조를 가져갈 것이다.

한국 입장에선 험난한 2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철강·자동차에 대해 진행된 232조 조사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졌다.

환율 문제와 이란·북한 제재 등 한국 기업에 압박이 될 카드는 더 늘어났다.

한국 경제마저 침체 국면이라 미국발(發) 압박의 파급 효과는 훨씬 크게 다가올 것이다.


결국 앞으로 2년간 국제 통상 질서에서 미국 주도권은 더 확실해졌고 새 통상질서도 미국 의도대로 재편될

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변화에 맞춰 우리 대응도 조정되어야 한다.

미국이 의도하는 새 통상 질서의 상당 부분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포함돼 있다.

이 다자(多者) 간 협정에 우리는 아직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이 협정에 포함된 주요 기제들을 국내 수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앞으로 세계 교역 질서가 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나중에 당황하지 않고 새 체제로 옮겨가기 위한 대비이다.

이번 미 중간선거 결과는 통상 분야에서 우리에게 더 큰 경고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