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29. 03:20
한국 주재 유럽 기업의 이익 단체인 주한 유럽 상의가 "한국은 세계에 유례없는 독특한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라고 했다. 규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꼈으면 세상과 동떨어진 남태평양의 고도(孤島) 갈라파고스섬에 비교했을까. 올해 유럽 상의가 펴낸 한국의 규제 실태 백서는 작년보다 분량이 100페이지나 늘었다. 1년 사이 그만큼 규제가 늘었다는 뜻이다. 유럽 상의는 그중 123건을 골라 정부에 개선을 건의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단체가 정부를 향해 대규모 규제 개혁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한 유럽 상의의 350여 회원사가 국내에서 고용한 직원이 5만명에 달한다. 1000여 기업이 가입한 주한 미국 상의는 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유럽 상의는 자동차 차축까지 높이를 12cm로 고정한 규제가 "유럽은 물론 미국·일본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2006년 통계를 기준으로 신약(新藥) 가격을 책정하는 것에 대해선 "13년 된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 규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노동 관련법은 근로자만 과도하게 보호하고 새로운 근로·작업 환경의 변화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세청·공정위 조사가 늘었다면서 "해외 투자를 더 유치하려면 한국 정부가 올바른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오는 30일에는 유럽 상의를 비롯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5곳의 주한 상의가 공동으로 정부에 정책 제언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 기업 전체가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다고 몸부림을 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기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제대로 된 세계의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를 풀며 외국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외국 자본을 한 푼이라도 더 끌어들여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안간힘 쓰는 속에서 한국만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속은 오죽하겠나. 미운털 박혀 검찰·국세청 수사 조사당할까 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들이 나서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지경이 됐다. 정부는 민노총, 참여연대만 신경 쓰지 말고 이들의 목소리도 들어줘야 한다.
'時事論壇 > 핫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법원까지 민노총 옹호 '검·경·法·勞'에 포위당한 대한민국 (0) | 2018.12.03 |
---|---|
<포럼>脫원전 자가당착 보여준 '체코 발언' (0) | 2018.12.01 |
[양상훈 칼럼] 法治 가장한 폭치(暴治)의 시대 (0) | 2018.11.29 |
<시론>'아르헨티나型 실패'의 전주곡 (0) | 2018.11.27 |
<문화논단>한·미 동맹과 대한민국 정체성 위기 (0) | 2018.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