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세상을 떠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마지막 미국 대통령으로서 참전 중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아찔한 사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부시는 태평양 전쟁에서 발생한 최악 엽기사건의 희생자가 될 뻔했다. 일본군이 재미 삼아 미군 포로를 때려죽이고 장기를 적출해 술자리에서 구워서 안주로 나눠 먹은 잔혹한 인육 사건이다.
부시는 2차대전 중 미 해군 조종사로 참전해 항공모함 함재기의 조종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부시 중위가 몰던 뇌격기(적 함선으로 다가가서 어뢰를 발사하는 폭격기)가 항모에서 출격해 작전을 펴던 중 1944년 9월 2일 일본 남쪽 해상에서 격추됐다.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낙하산으로 탈출한 부시는 해상에서 4시간 동안 표류하다 수상으로 떠오른 미 해군 잠수함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됐다. 구출 장면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조종사인 부시 중위는 행운이었다. 뇌격기의 나머지 승무원들은 일본군에 붙잡혀 인근 오가사와라제도의 지치섬(父島)으로 끌려가 포로 생활을 했다. 그런데 6개월쯤 지난 1945년 2월 23~25일 모두 잔혹하게 살해됐다. 장군을 포함한 일본군 장교와 병사들이 재미 삼아 미군 포로를 때려죽이고 간을 구워 먹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여단장 다치바나 중장, 대대장 마토바 대좌가 군의관을 시켜 미군 포로의 장기를 적출하고 부하들에게 인육 먹도록 지시했다. 일본군의 조사 결과 당시 현지엔 식량이 모자라지 않았고 다만 일본군 27명이 회식을 하며 여흥으로 포로들을 때려죽였고 술안주용으로 포로의 간을 꺼내 구워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후 벌어진 재판에서 인육 회식 사건에 가담한 일본군인 5명에게 사형을, 5명에겐 종신형을 선고했다. 재판 도중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호출을 받고 불려와 회식 자리 술안주로 구워먹도록 포로들의 장기를 의료기구로 적출한 군의관은 4년형을 선고받았다.
사형 선고를 받은 주동자급 범인들은 감옥에 수감된 동안 미군 간수는 물론 다른 일본인 수감자로부터도 매일 같이 “인간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매일 들으며 구타를 당하다 초주검 상태에서 교수대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사형 선고를 받은 주동자급 범인들은 감옥에 수감된 동안 미군 간수는 물론 다른 일본인 수감자로부터도 매일 같이 “인간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매일 들으며 구타를 당하다 초주검 상태에서 교수대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1945년 일본 남쪽 바다에서 하마터면 일본군 회식 자리의 술안주가 될 뻔했던 미 해군 조종사 조지 HW 부시 중위는 2018년 11월의 마지막 날에 세상을 떠났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