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80] 행복과 춤

바람아님 2019. 1. 5. 17:40

(조선일보  2019.01.05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백영옥 소설가


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땐뽀걸즈'를 보았다.

한쪽은 최고의 입시 코디네이터의 지원 아래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가는 상위 1퍼센트의 아이들이고,

한쪽은 성적 9등급으로 '땐스 스뽀츠'를 배우기 위해 체육관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이다.

둘 다 욕망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방향성은 다르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고3병(病)'에 이어 '대2병'이 생긴 건 일정 정도 명문대 진학이라는 부모의 욕망을 자신의 욕구로 착각한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방황이라는 건 안다. 삶의 경험이 적은 10대의 아이들을 문과와 이과로 나누고 그 안에서만 꿈꾸라고 하는 건

폭력일 수도 있다. '알고리즘'조차 통찰을 얻으려면 대량의 빅데이터(경험)가 필요하다.


최근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를 만났다.

사람들이 뇌과학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행복해지고, 머리가 좋아지는 법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고 했다. 그의 답은 "춤추자!"였다.


뇌과학자들은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작은 목표들을 여러 차례 달성하는 것이 더 큰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작은 구간 목표들을 설정해서 계속 밀고 나아가는 데 필요한 도파민 효과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춤을 배우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무엇보다 춤은 유연성을 가르친다.

절권도의 창시자 이소룡은 1958년도 홍콩 차차차 댄스 선수권대회 우승자였다.

뛰어난 격투기 선수들의 몸은 단단하지만 유연하다.


실패와 무기력은 성공보다 더 쉽게 학습된다.

조선업 불황으로 부모의 해고(解雇)를 지켜보고, 성적까지 바닥이던 아이들이 춤을 통해 작은 성공을 체계적으로

경험하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그래서 더 '과학적'이다.

아이들은 '전국상업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땐뽀걸즈'는 거제여상(女商) 아이들의 실제 얘기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은 좋은 선생님 옆에서 난 춤바람이 이 아이들을 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