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는 폭은 800m가량이지만 길이는 59번가에서 110번가까지 장장 4㎞에 달한다. 얼추 중간쯤 동쪽 가장자리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있고, 거기서 서쪽으로 공원을 가로지르면 뉴욕자연사박물관을 만난다. 그곳에는 지금 설립 150주년을 기념하여 지구 역사에서 단연 최고의 포식자로 꼽히는 공룡 티렉스(T.rex)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티렉스는 바로 이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바넘 브라운(Barnum Brown)이 1905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화석을 발굴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곧이어 1908년에도 티렉스 화석을 또 하나 발견했는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상태였다. 이번 전시에는 바로 이 화석의 복제 표본은 물론, 가상현실 기술의 도움으로 기껏해야 닭만 한 크기로 태어난 새끼가 네 살이 되면 키가 4m 정도로 크고 스무 살이면 높이 13m의 거대 공룡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993년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우리는 육중한 체구를 이끌고 느릿느릿 어슬렁거리는 게 아니라 전속력으로 달리는 지프를 추격하는 날렵한 티렉스를 만났다. 일찍이 공룡 뼛속 모세혈관 밀도를 측정해 공룡을 '온혈 파충류'로 규정한 고생물학자 로버트 배커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과학 자문이었다. 그로부터 또 지금까지 25년간의 연구 결과가 반영된 이번 전시는 복슬복슬한 털로 뒤덮인 아기 티렉스와 정수리와 꼬리에 깃털이 돋아 있는 어른 티렉스를 선보인다.
공룡은 지금으로부터 6500만년 전 카리브해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면서 시작된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절멸했고 우리 인간은 불과 20만~25만년 전에 탄생했기 때문에 공룡들은 우리의 존재를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직접 마주한 적도 없는 공룡과 끝없는 짝사랑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말 볼만할 것 같다. 전시회가 내년 8월 19일까지 열린다니 언제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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