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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꼭 '좋은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

바람아님 2019. 4. 20. 12:02

 
(조선일보 2019.04.20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꼭 '좋은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그 사람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했어."

살다 보면 누구나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오랜 기간 알아온 사람이라도 실망하는 것은 단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좋아하던 연예인이나 존경받던 멘토의 추악한 과거사가 세상에 드러날 때 사람들은 경악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들은 대체 왜 이토록 나쁘고 위험한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


여기에 좀 다른 시선으로 삐딱하게 질문을 던지는 한 학자가 있다.

모두가 좋은 사람으로만 남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왜 나쁘고 위험한 행동을 하면 안 되지?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스티븐스는 그의 책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한빛비즈)에서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나쁜 짓'에는 알고 보면 수많은 이익이 숨어 있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리처드 스티븐스 지음/ 김정혜 옮김/ 한빛비즈/ 2016/  343 p.
182.12-ㅅ734ㅇ/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스티븐스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행위들이 어떻게 긍정적인 효과와도 연결되는지 설명하기 위해

섹스, 음주, 욕, 과속 운전, 게으름 피우기 등을 일탈의 예로 열거한다.

예를 들어, 섹스는 스트레스와 통증을 완화해 줄 수 있고, 피로 해소 효과가 있으며,

음주는 창의성과 외국어 능력을 높여주고, 사람들 사이 유대감과 사회성을 높여준다.

욕하는 행위는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신체적·심리적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고,

사람들 사이 단결과 연대감을 높여 준다.

고속도로에서 과속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특성은 신선하고 강렬한 경험을 즐기려는 감각

추구형 심리 성향이며, 게으름 잘 피우는 사람은 새롭고 창의적인 발견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탈들을 중심으로 소개한 듯 보인다.

그래서 자칫 위험한 질문들을 던지기는 하지만, 강도·강간이나 마약 복용처럼 '진짜 나쁘고 위험한' 일탈의 예는

등장하지 않는다.


독일에는 '좋은 사람 딱지를 떼야 자유롭고 즐거워진다'는 구전 속담이 있다.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는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얘기다.

결국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비슷하다.

우리는 과연 다른 사람들의 눈에 늘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만 할까.

반대로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삶은 과연 행복할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