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포럼>'민족끼리 북핵 해결'은 환상이다

바람아님 2019. 4. 30. 08:39
문화일보 2019.04.29. 12:10


한반도 외교가 계속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 25일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다. 5월 말 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북한의 참석 없이 치렀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문제를 읽는 방법은 간단하다. 본질을 봐야 한다. 우리가,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민족끼리 협상, 북한 체제 보장, 종전선언, 운전자론, 톱다운 방식 등에 집착하면 상황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비핵화와 제재 해제’다. 북한은 ‘경제 제재 해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를 위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북한 정권의 생존 위협 생각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생산 능력의 반 이상이 영변 밖에 있는데, 영변의 핵 시설만을 상대로 경제 제재 해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결국, 북한이 해야 할 ‘비핵화 범위’와 미국이 제공할 ‘경제 제재 해제 범위’가 협상의 관건이다. 협상은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인데, 현 상태에서는 아주 어렵다.


해결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북한의 생존 딜레마에 기인한다. 평양 정권은 강력한 통제로 유지된다. 옛 소련과 같다. 동시에 평양은 경제를 살려야 정권이 유지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중국처럼 해야 한다. 그런데 경제 발전을 위한 개방 개혁은 필연적으로 통제를 이완시켜 정권에 위협이 된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결국 북한은 통제와 개방 개혁, 즉 핵과 경제 사이의 생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북한과 미국 모두를 국익을 위해 이용한다. 미국과 협력해 비핵화도 해야 하고, 북한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 제재 해제에도 동조한다. 이것이 4·25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취한 기본 입장이다.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도 없었다. 유엔은 대북 제재 제2397호(2017)를 통해 2019년 말까지 모든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귀국시킬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올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들을 귀국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북 경제 제재 해제에 앞장서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남북관계가 지난해에는 기대와 희망이 넘쳐흘렀는데, 이제는 교류가 두절됐다. 왜 그럴까? 우리는 남북 협력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심각한 정권 유지에 매달려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북한만이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도와줄 수가 없다. “기가 막힌 놀라운 미래가 북한을 기다리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전략은 평양에는 독이 든 당근이 된다. 북한이 처한 딜레마의 본질을 보지 못할 때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이다.

북한은 결국 2017년 11월 말 ‘핵무력 완성’ 이후, 경제 제재 해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남북관계와 미·북 회담을 통해 해결을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남북 간의 교류도 중단했다. 이것이 2019년 봄에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과 중국, 특히 북한의 전략을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남북관계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 해결보다 주변 상황을 살피며 기다릴 줄 아는 관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 외교는 이제 방황을 그치고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미 동맹과 남북대화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북한을 형제자매로만 보는 감성 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