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일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모테나시’(일본식 환대)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환대에 일본 내에서도 불만이 나올 정도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제3의 경제대국인 일본조차 트럼프에게 모든 기대를 거는 상황은 씁쓸함을 넘어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베는 국내외의 차가운 시선에도 트럼프와 골프를 함께 치고, 나란히 스모를 관람하며, 롯폰기의 로바타야키에서 만찬을 즐기는 등 ‘브로맨스’(brother+romance) 선전에 열심이다.
일본 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과잉 환대’와 ‘우정에 의한 외교 전략’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아베가 어떤 말을 하든, 골프를 몇 번을 치든 자신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순조롭다’면서도 5월 갑자기 중국 수입품 2000억 달러에 대해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할 것을 선언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언론은 미국의 육류 업계와 농가가 미·중 무역 마찰로 대중(對中) 수출이 줄어드는 데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일본의 농산물 관세 인하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 미·일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트럼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때부터 미국과의 관세 교섭을 연기하는 전략을 펴 왔다. 최근 아베는 트럼프의 재선을 고려해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에 대해 협조 자세를 강조하면서도 일본에 대해 불리한 합의는 회피하려 했다. 트럼프 또한 중국과의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일본과는 대립보다는 성과를 우선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는 지금처럼 불투명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고, 예측 불허이기 때문에 우정 외교는 더욱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는 측근의 조언을 듣는 타입의 지도자가 아님은 잘 알려져 있다.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보고서를 읽고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 때문에 아시아에 대한 상황, 북한에 대한 대응, 중국에 대한 인식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트럼프와 직접 만나서 설명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보다는 아베의 견해에 트럼프가 귀를 기울이는 상황이 됐다고 아베 정권은 자부한다.
‘아베-트럼프’의 우호 관계에만 의존하는 일본의 외교 전략도 위험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우정을 바탕으로 국가 관계를 안정시키는 외교 스타일은 트럼프 시대 외교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불투명성을 줄이기 위해서도 정상과의 소통과 우정이 요구된다. 국익만 부딪치는 국제정치의 무대에 의리와 인정이 더욱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아베의 트럼프에 대한 ‘오모테나시’를 냉소하기보다는 국제정치에서 철저한 국익주의(國益主義)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점에서 한국 정부는 남북 관계의 진전에는 기대를 걸면서도 미·중·일 정상과 우정을 과시할 만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우정을 과시하면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날이 왔으면 하는 게 지금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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