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古典여담] 吳越同舟

바람아님 2019. 8. 23. 07:58
디지털타임스 2019.08.22. 19:02

나라이름 오, 나라이름 월, 한가지 동, 배 주.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이다. 서로 미워하는 사이라도 어려운 상황을 맞으면 단결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적과의 동침'이라 할 수 있다. 유명한 병법서 '손자'(孫子)의 구지편(九地篇)에서 유래한다.


춘추시대 오나라와 월나라는 철천지원수였다. 상대국에 대한 적개심이 깊어 전쟁이 그치지 않았다. 어느 해 두 나라는 심각한 홍수를 겪었다. 배가 부족해지자 두 나라 사람이 한 배를 같이 타는 일도 생겨났다. 배가 강의 한 가운데에 갔을 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닥쳤다. 두 나라 사람들은 일심동체로 배를 저어 나갔다. 마침내 그들은 무사히 뭍에 닿을 수 있었다.

구지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그런 그들도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풍랑을 만나면(當其同舟而濟遇風), 서로 돕기가 마치 좌우의 손과 같았다(其相救也若左右手). 이처럼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뜻을 가진 성어로는 동주공제(同舟共濟), 환난여공(患難與共), 풍우동주(風雨同舟), 동감공고(同甘共苦) 등이 있다. '동주공제'는 같은 배를 타고 천(川)을 건넌다는 뜻으로, 이해(利害)와 환란(患亂)을 같이 했다는 것을 말한다. 애국지사 신규식 등이 국권회복운동을 위해 1912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조직한 단체 '동제사'(同濟社)는 바로 '동주공제'에서 따온 명칭이다. '풍우동주'란 폭풍우 속에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란 뜻이다. 서로 나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에 놓이자 협력하는 상황을 이른다.


나라 상황이 간단치 않다. 미증유의 안보·외교·경제 위헙 속에 처해있다. 이럴 때 일수록 힘을 합쳐 앞으로 나가야 한다.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로 함께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분열하면 미래는 없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대립과 반목이 아닌 합심과 공존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분열의 묵은 때를 씻어내고 공존의 지혜를 발휘할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이뤄질 수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