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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이 지소미아 깨며 간과한 'USA'의 본질[오늘과 내일/이승헌]/[강인선의 워싱턴 Live] 연합훈련, 지소미아, 주한미군.. '한미동맹의 끈' 하나씩 풀리

바람아님 2019. 8. 28. 09:41

靑이 지소미아 깨며 간과한 'USA'의 본질[오늘과 내일/이승헌]

동아일보 2019.08.27. 03:02

 

자국 이익엔 정파 없이 피 끓는 게 미국
청와대 안보실, 상대방 제대로 알고 있나

이승헌 정치부장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후 미국의 다양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미국도 파기 결정을 이해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에 “거짓말”이라는 미 국무부 관계자의 반응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름만 대면 청와대도 금방 아는 워싱턴의 한 전직 관료는 “지소미아 파기는 1905년 (일본과) 을사조약 체결 이후 한국 정부의 가장 큰 전략적 오산(the greatest strategic miscalculation Korea has made since Korean officials signed the Eulsa Treaty in 1905)”이라고 흥분했다.

한일 위안부 갈등 국면에서 우리 편에 섰던 래리 닉시 박사(한미연구소 연구위원)는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다른 사안을 놓고 대미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워싱턴의 반응에 집권세력은 꽤 놀란 듯하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파기 결정 다음 날 브리핑을 자처하며 미국과의 소통을 강조한 게 그렇다.

어떻게 이런 인식 차가, 그것도 동맹 간에 드러난 것일까. 필자는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 전 미국과 관련해 핵심적인 사실 두 가지를 간과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첫째, 지소미아는 초당적 이슈라는 점이다. 지소미아는 트럼프 작품이 아니다. 지소미아는 문재인 대통령 이상으로 진보좌파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몇 차례 한일 정부를 설득한 끝에 2016년 11월 체결됐다. 오바마는 트럼프 못지않게 중국의 굴기를 막으려 했고 그 1차 저지선이 바로 한미일 3각 안보 축. 더 정확히는 주한미군의 병참 역할을 하는 주일미군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본이 지소미아를 통해 한국의 대북 정보를 잘 받아야 했다. 이 안보 구상은 중국과 경제전쟁을 치르는 트럼프 시대에 더하면 더했지 달라질 게 없다. 지소미아를 놓고 보혁으로 찢어진 우리 정치권과 달리 미국에선 여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걸 건드린 것이다.


둘째, 무엇보다 미국은 평소에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가도 안보 이슈에는 이상할 정도로 뭉친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누구나 제 나라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하겠지만, 인디언을 몰아내고 영국과 혈전을 치른 ‘전쟁 국가’ 미국은 그 차원이 다르다.


미 언론은 요즘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도 쏘면 ‘미국 땅에 닿을 수 있다’면서 영토(territory)라는 국제법 개념보단 흙(soil)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어렵게 일군 내 나라 흙 한 줌도 내줄 수 없다는 뉘앙스다. 애국자(Patriot)라는 표현이 정권을 막론하고 요즘도 거부감 없이 사용되는 게 미국이다. 미사일 요격체계(패트리엇 미사일), 미식축구팀(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은 물론 테러방지법 이름도 애국법(Patriot Act)이다. 태극기가 특정 정치세력의 아이콘이 되고 일각에선 이를 비하하는 한국에서, 애국자라는 표현을 이리 사용했다면 ‘국뽕’ 논란으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끊이지 않는 질문 중 하나는 과연 정부에 미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냐는 것이었다. 외교부 내 ‘워싱턴 스쿨’의 씨가 마르고 ‘코드 인사’를 집중 배치하면서다. 지금은 어떤가. 미국에서 교육받고 미국식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여럿 있다. 하지만 외교 상대로서 미국의 본질을 파악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동맹이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번 결정을 주도한 외교안보라인, 특히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람들은 영어 좀 한다고 자만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겸허하게 워싱턴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 안 그러면 70년 한미동맹의 역사에 죄를 짓게 될 것이다.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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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의 워싱턴 Live] 연합훈련, 지소미아, 주한미군.. '한미동맹의 끈' 하나씩 풀리고 있다

 조선일보 2019.08.27. 03:03


美, 지소미아 파기를 '우려' 수준 넘어 '미군에 대한 위협'으로 봐
트럼프에겐 동맹관계도 '돈거래', G7서 한미훈련 무용론 펼쳐
美고위관리 "트럼프 행정부, 앞으로 한국에 더 강하게 나갈 것"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판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직후 '강한 우려와 실망'이란 이례적인 반응을 내놨던 트럼프 정부가 25일 다시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시하며 '미군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연계시켰다.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 '미국과 미군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을 방어하는 것을 더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를 미군에 대한 위험, 즉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란 관점에서 본다는 뜻이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트위터는 미국 현지 시각 일요일인 25일 오후 5시 15분쯤 올라왔다. 한국의 월요일 오전 6시 15분에 해당한다. 주한 미 대사관도 오전 10시 33분 이 트위터 내용을 번역해 올렸다. 오테이거스가 굳이 일요일 오후 더 강화된 입장문을 낸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서 새로운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시간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이 거듭 '실망'을 강조한 배경엔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일회성 입장 발표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 담겨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25일 본지에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한국에 더 강하게(tougher)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밀담 나누는 트럼프와 아베 -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PI 연합뉴스

한·미 동맹이 추상적인 개념이라면 주한 미군이라는 존재는 한·미 동맹의 실체이자 구체적인 내용이다. 최근 한·미 양국에서는 이런 한·미 동맹의 실체를 뒤흔들고 공격하는 사안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프랑스에서 또 '한·미 연합 훈련 무용론'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그(김정은)는 한국이 '워 게임(war game)'을 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나 있었다"면서 "만일 여러분이 진실을 알고 싶다면 나 또한 그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완전한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도 '돈 낭비'란 관점에서 본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책 '공포'에선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에 35억달러나 쓸 이유가 있느냐. 철수시켜라, (주한미군) 필요없다'고 한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에도 "언젠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고 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5배의 증액을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으로 이미 한·미 동맹의 매듭은 여기저기서 풀려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지소미아까지 파기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틀을 흔들자 미국은 '미군에 대한 위협'을 들고나왔다. 더 위험해진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방위비 분담의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도 있다.

올 상반기 워싱턴의 싱크탱크 회의에 가장 자주 등장한 토론 주제는 '한·미 동맹의 미래'였다. 동북아의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이 달라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추상적 토론보다 동맹의 현실은 더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실체에 해당하는 주한미군 주둔, 한·미 연합 훈련, 지소미아 등이 이미 다 축소·중단·파기됐거나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안보 전문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비즈니스 거래 관계로 보고 있고 김정은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끈질기게 요구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 세 지도자가 추구하는 바가 교차하는 그 지점이 한국 안보의 위기와 불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