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08.28. 00:07
인내심 갖고 주변국과 공동대응해야
중국 편승보다 동맹 통한 견제 유리
지소미아 갈등에도 동맹 굳건할 것
동맹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 스테판 월트 하버드대 교수
- 유럽과 중동에서 미군을 빼고 아시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국제정치는 '힘의 배분'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 역시 어느 곳에서의 도전이 가장 중요한지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종전 이후 70여년 간은 유럽이 중심이었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늘어났다. 유럽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나 미군이 주둔할 만큼 안보가 위태롭지 않다."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군사적 강국으로 만들려 한다.
"러시아는 과거 막강했던 소련으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주변국을 침략할 뜻도 없다. GNP는 이탈리아와 캐나다보다 작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3배 정도 국방비를 쓴다. 그러니 어떻게 심각한 위협이 되겠는가. 중동은 미국이 개입하면 할수록 더 위험해졌다. 이란은 중동에서 군림할 군사적, 경제적 능력이 없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했으며 이 지역의 경제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트 행정부가 이곳에 집중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어떤 강대국이든 기존의 평화를 지키고 싶다고 외친다. 하지만 두 개의 초강대국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한쪽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다른 한쪽에겐 위협이 되기 마련이다. 중국이 미국의 진정한 의도를 모르듯, 미국 역시 중국이 뭘 원하는지, 뭘 원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지금 당장은 위협이 아니더라도 20년 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중국은 최소한 아시아에서의 패권 국가가 되길 원한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침략하진 않더라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이 이 지역 국가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길 원치 않는다. 미국으로서는 절대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도 좋지 않다"
-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보나
"북한과 김정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그리고 잘 준비된 방법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마주 앉아 친구가 되면 북한이 완전히 핵무기를 포기할 것처럼 믿는 모양이지만 이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이런 희망이 실현될 리도 없을뿐더러 그의 판단력을 의심하게 된다."
-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북 정책은
"첫째, 한국·일본·중국, 필요하면 러시아까지 항상 주요국가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여러 종류의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보다 현실적이 되는 것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단기간 내에 이루기란 불가능하다. 북한엔 핵무기란 너무나 중요한 안보 자산이다. 우리 모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너무 과장해선 안 된다. 북한이 원하는 것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생각이 없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야 한다."
- 트럼프 행정부는 엄청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등 한·미동맹을 중시하지 않는 것 같다.
"목표 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트럼프 외교는 옳다. 하지만 그 방법엔 문제가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맺은 한·미, 미·일 동맹은 참으로 중요한 자산인데 이를 소홀히 하는 면이 있다. 아울러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다룰 때도 한국·일본 및 유럽 국가들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 끝으로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력 수준을 높이는 데 힘써야지, '방위비를 더 내라'는 식으로 계속 요구만 해서는 안 된다."
- 트럼프는 미 본토만 안전하면 북핵을 묵인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그런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건 이해한다. 미국이 아시아의 전통적 우방과의 동맹에서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긴 하다. 하지만 냉전시대를 생각해 보라. 당시 소련은 핵무기를 가졌고 한·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미국이 지켜줄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확실히 말하건대 북한이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할 경우 그냥 넘어갈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 최근 트럼프가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얘기가 있다. 한·미 관계는 어떻게 될까.
"양쪽 간 공통의 이익이 커 두 나라 관계는 계속 튼튼할 거로 본다. 트럼프가 양국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일을 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중국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안을 고려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기가 지나면 양국 관계가 다시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 최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를 어떻게 보나
"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결코 좋지 않다. 과거의 범죄가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과거의 범죄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정책 결정을 좌우하도록 놔두어서도 안 된다. 현재 한국과 일본 모두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는 게 개인적인 느낌이다. 양쪽 모두 현 지점에서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가야 한다. 이래서는 중국만 웃을 것이다. "
- 분담금 인상 요구를 안 들어주면 트럼프가 미군을 뺄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
"예상하기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철수하려 한다면 미국 내에서도 엄청난 논란이 될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분담금 문제가 나오면 미국은 '더 내지 않으면 군대를 빼겠다'고, 동맹국은 '차라리 중국 쪽으로 붙겠다"고 엄포를 놓곤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트럼프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되풀이하면 상대가 이를 진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
-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려면
"첫째, 공통의 이익이 필요하다. 서로 원하는 게 다르면 동맹은 계속될 수 없다. 중국의 부상이야말로 양쪽이 서로 협력해야 할 좋은 이유다. 둘째는 신뢰다. 공통의 이익이 있더라도 정치인들이 실수하는 바람에 양국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 주변 강대국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동맹을 통한 견제와 그쪽 편이 되는 편승전략이 있다. 어느 쪽이 좋을까.
"동맹전략(alliance)이 편승전략(bandwagoning)보다 바람직하다. 편승전략은 강대국 편이 되면 그 나라의 위협과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강대국의 선의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중국 편에 섰다가 나중에 지나친 요구를 받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나라들과 동맹을 맺은 뒤 '힘의 균형'을 통해 안보를 유지하면 이런 간섭을 피할 수 있다."
남정호 논설위원
☞스테판 월트(Stephen Walt·64) 교수=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로 현실주의 이론 및 동맹연구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특히 그는 가장 강력한 국가가 아닌, 최고의 위협을 주는 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동맹이 이뤄진다는 '위협 균형(balance of threat) 이론'을 설파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로버트 르네 벨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동맹의 기원』『미국 길들이기』 등이 있다.
'時事論壇 > 핫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평로] 가치 팽개친 패거리 좌파 (0) | 2019.09.04 |
---|---|
[사설] "조국만큼 없어 분기탱천" "악당 인질극", 국민 조롱 말라 (0) | 2019.08.31 |
靑이 지소미아 깨며 간과한 'USA'의 본질[오늘과 내일/이승헌]/[강인선의 워싱턴 Live] 연합훈련, 지소미아, 주한미군.. '한미동맹의 끈' 하나씩 풀리 (0) | 2019.08.28 |
[박제균 칼럼]문재인과 조국의 나라/[장영수 칼럼] 북한에 대한 환상, 도대체 왜? (0) | 2019.08.27 |
[朝鮮칼럼 The Column] 비둘기의 집단 기억과 한국 정치 (0) | 2019.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