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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삼성 準공기업화'?

바람아님 2019. 8. 31. 07:04

(조선일보 2019.08.31 김홍수 논설위원)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재수감 가능성을 연 판결을 내놓자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이 일제히 급락했다.

그런데 유독 호텔신라 주식은 급등세를 보였다. 우선주 주가는 29%까지 치솟았다.

투자자 채팅방에는 '축~ 이부진 삼성전자 회장' 같은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장기간 감옥에 가게 되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대안이 될 것이란 얘기였다.


▶당장 삼성전자 이사 연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 부회장의 이사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다.

약점을 노리는 투기 자본이 이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하다.

가족과 삼성 계열사 보유 지분을 다 합쳐도 21%밖에 안 된다.

지분 57%를 쥔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합하면 이 부회장의 이사 연임을 막을 수 있다.

이사 연임 대가로 막대한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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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어느 당은 "삼성이 이씨 일가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과거에도 좌파 세력은 '삼성 국민 기업화'를 주장해왔다.

민주노동당은 2008년 총선 공약으로 대기업의 국민 기업화를 주장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강령에 "총수 일가에게 집중돼 있는 주식 소유를 종업원 지주제, 국민주 등으로 분산하고

재벌 대기업을 국민 기업화한다"고 못 박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민연금의 민간 기업 경영 개입 확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수사 등 삼성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노동운동권 출신 민주당 고위 인사가 "삼성이 순이익 60조원 중 20조만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줄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를 놓고 야당 등에선 "삼성전자를 포스코·KT 같은 준(準)공기업으로 만들려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1등이 된 것은 오너 경영자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반도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기업 명운을 걸고 반도체 투자를 시작한 것은 이병철 회장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이건희 회장이 없었으면 삼성이 세계 수준으로 급상승할 수 없었다.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진실이다.

이 삼성을 공기업 비슷하게 만들자는 주장은 그동안에는 농담과 같았다.

그런데 이제 '설마'가 '혹시'로 바뀌는 건가. 삼성전자는 전체 수출의 24%, 법인세 세수의 16%를 책임지고 32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게 '국민 기업'이 아니면 무엇이 국민 기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