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9.04 안용현 논설위원)
1919년 5월 중국 학생들이 일본의 국권 침탈과 무능한 베이징 정부에 분노해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들이 주도한 수업 거부(罷課)와 파업(罷工), 상점 철시(罷市) 등 이른바 '삼파(三罷) 투쟁'은 중국 150여 도시로
들불처럼 번졌고 '삼파' 주역들이 1921년 중국 공산당을 세웠다. 이후 공산당은 '삼파'를 국민당 정권을 뒤흔드는
전술로도 활용했다. 100년 전 '삼파'가 최근 홍콩에서 다시 일어났다. 이번엔 공산당이 투쟁 타깃이다.
▶홍콩 '삼파' 주역도 학생들이다. 홍콩 시위 참가자의 60%가 1020세대라고 한다.
대학생뿐 아니라 솜털 뽀송뽀송한 중·고교생이 잔뜩 나왔다.
개학일인 2일 홍콩 중·고교 400여 곳 가운데 230여 곳의 학생 1만여 명이 수업 거부(罷課)에 동참했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체포된 시위자 중에는 중학교 진학을 앞둔 12세 소년도 있었다.
용돈으로 마련한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쇠파이프까지 들었다.
▶공산당과 친중파는 '퉁스(通識)'라는 홍콩식 교양 교육이 학생들을 버려놨다고 주장한다.
'통용 상식' 수업쯤 되는데 자유 토론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 등을 가르친다.
영국 식민지였던 1992년 도입돼 2009년부터 고교 필수과목이 됐다.
중국에도 '퉁스' 교육이 있지만 내용이 다르다.
공산당은 2012년 홍콩 교육을 중국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려다 학생 시위에 막혔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반환둥이'라고 한다. 지금 홍콩 시위의 주력군이다.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2047년까지다.
'반환 세대'가 40~50대가 되면 홍콩은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 밑으로 들어간다.
민주주의도, 법치도, 인권도 없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살아야 한다.
반환 후 중국인 부자들이 몰리면서 홍콩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 상황에서 홍콩 1020 세대는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내 미래를 위해 학교 대신 시위장에 왔다"는 어린 학생들의 절박한 외침이 가슴을 친다.
▶'반환 세대'는 4년 전 중국 지도부 비판 책을 냈던 홍콩인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중국으로 끌려갔던 사건을 잊을 수 없다.
이번에 '범죄인 송환법'이 통과되면 자신들이 그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강대국이라고 지켜만 본다.
고립무원 속에서 공산당 일당독재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홍콩인들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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