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하고 있는 나라답게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 증가율은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1960년에 53.7세였던 것이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13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대수명 85세로 세계 3위에 올랐다. 불과 반세기 동안의 변화치고는 참으로 엄청난 변화이다.
일제강점기였던 80여년 전 경성대 의학부 예방의학교실 미즈시마 하루오 교수가 작성한 생명표를 인하대 구자흥 교수가 분석해보니 1926~30년 당시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35.1세였다. 100여년 전 조선시대 사람들의 수명에 관한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의 최근 추정에 따르면 그때도 별 차이가 없었던 듯싶다. 왕조실록을 통해 정확한 자료가 남아 있는 국왕 27명의 평균 수명이 고작 46.1세였다. 만 81세5개월로 가장 장수한 영조(82)와 72세까지 산 태조 이성계(70)가 고희를 누렸고 광해군(66세), 고종(66세), 정종(62세)이 회갑 잔치를 받았을 뿐이다. 평민들은 그 당시에도 그저 35세 안팎에 사망했을 것이란다.
고려시대는 사정이 오히려 좋아 보인다. 고려시대 묘비명들을 분석한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고려 금석문 연구(2004)'에 따르면 당시 귀족들은 39.7년, 그리고 승려들은 70.2년이나 살았다. 15~18세기 프랑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25세였고 17~18세기 일본인들의 평균 수명이 30세 내외였던 걸 감안하면 우리 고려시대는 비교적 생활환경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분포는 40세를 중심으로 얼추 50:50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덤으로 살고 있다는 말이다. 어차피 개평 인생 즉 '덤살이' 하는 마당에 너무 아등바등 다투지 말고 서로 덕담하며 돕고 살았으면 좋겠다. 옛날 같으면 모두 관 속에 누워 있을 사람들끼리 허구한 날 쌈박질이나 하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꼴불견이다. 기껏 53년을 살다 가신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우릴 보면 과연 뭐라 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