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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좀비 한국당" "존재가 민폐" "다 물러나자" 틀린 말 없다

바람아님 2019. 11. 18. 06:31

(조선일보 2019.11.18)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17일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당 최연소 3선(選)인 김 의원이 내놓은 불출마 선언문은 현재 한국당 현실에서 틀린 말을 찾을 수 없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고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 집회에는 총동원령을 내려도 5만명 남짓 참석하지만 일반 단체 주최 집회에는 10배, 20배의 시민이

참여한다"며 "정권이 아무리 폭주해도 한국당 지지율은 민주당을 넘어선 적이 없고 조국 사태 후에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 지적처럼 한국당은 친박·비박이 갈라져 싸우다 선거를 망치고도 못난 내부 갈등을 계속했다.

그렇게 스스로 쌓아온 비호감은 이제 거의 혐오 수준으로 악화됐다.

한국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북한 김정은과 같은 62%라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국민의 지지를 존재 이유로 하는 정당으로선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

사망선고를 받았는데 계속 돌아다니며 먹잇감을 탐하는 것이 바로 '좀비'다.


의원들부터 쇄신과 변화는 외면한 채 때만 되면 막말하고 기득권 지키기만 골몰하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광화문을 메웠던 남녀노소가 분통을 터뜨린 대상은 폭주하는 정권만이 아니었다.

내년 총선에서 오만한 정권이 심판받아야 하는데 한국당이 오히려 정권의 총선 승리를 도와주는

도우미 구실만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여당에선 '대통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야당 복(福)은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감수성도, 공감능력도, 소통능력도 없는 의원들이 서로 물러나라고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 않는다"며 "남 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고 했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희생과 헌신, 책임이다. 정확히 한국당에 없는 가치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일부 의원은 최근의 정권 심판 분위기에 편승해 말을 뒤집었다.

'조국 낙마'에 공을 세웠다며 표창장을 주고, 상품권을 돌리며 희희낙락했다.

비호감인 한국당 의원들은 오로지 자기 공천받을 궁리만 한다.


낡은 인물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당을 환골탈태하는 데는 당연히 저항이 생긴다.

지금 한국당 지도부에선 그 저항을 넘어서겠다는 결의를 전혀 볼 수 없다. 오히려 민주당이 그런 결의를 보인다.

그러니 참신한 인재들이 모일 리도 없다.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물 한 명 데려오지 못한 채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총선기획단이라고 모여 앉은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이 혀를 찬다. 저렇게 모아놓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세상 바뀐 걸 모르고 환경에 적응 못 하면 도태되는 게 섭리인데 이를 거스르고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앞장서고 미련 두지 말고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히 해체하자.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의 생각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