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20.06.02. 20:09
나무들의 수관기피 현상
빽빽한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제주 곶자왈. 강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춤을 추듯 움직인다. 지난 1일 그 숲에 들어가 하늘을 올려보자 신기한 현상이 펼쳐졌다. 가지치기라도 한 것마냥 나무들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수관기피(Crown Shyness) 현상. 나무의 꼭대기(crown)가 수줍어하듯(shyness) 서로 닿지 않게 ‘거리두기’를 하며 자라는 모습을 이렇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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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서로 부딪치거나 병충해가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가설도 있다. 사람들이 빽빽한 빌딩 숲에서 다닥다닥 붙어사는 모습은 나무와 덩굴이 뒤엉킨 숲속과 비슷한데,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겪고서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자연의 지혜를 실천하고 있다. 나무들의 거리두기는 수천 년간 조화롭게 숲을 이뤄 온 어울림의 미학이다. |
사진·글=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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