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종 때의 시인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1484~1555)이 지었다.
시인이 우연히 산사를 찾았다.
그 절은 소년 시절 공부하던 곳, 옛날에는 많이들 집을 떠나 산사에서 공부를 했다.
멋진 미래를 설계하며 열심히 경전을 읽던 소년 적의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수십 년 세월을 건너 백발노인의 모습으로 우연히 그곳을 다시 찾았다.
그의 시선이 머문 것은 등잔불 하나다. 화려한 전각도, 절 밖의 풍경도, 친하게 지내던 스님도 아니다.
등잔불은 그때처럼 불당을 비추고 있다.
그 앞에 서자 낭랑하게 책을 읽던 자신의 옛 모습이 스르르 떠오른다.
가물거리는 불빛 속에 잊고 지냈던 소년 시절의 열망이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소년 시절의 열망이 멈춰 서 있는 추억의 공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