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 산사에서 자다

바람아님 2014. 2. 3. 07:10

(출처-조선일보 2014.02.03.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중종 때의 시인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1484~1555)이 지었다. 
시인이 우연히 산사를 찾았다. 
그 절은 소년 시절 공부하던 곳, 옛날에는 많이들 집을 떠나 산사에서 공부를 했다. 
멋진 미래를 설계하며 열심히 경전을 읽던 소년 적의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수십 년 세월을 건너 백발노인의 모습으로 우연히 그곳을 다시 찾았다. 
그의 시선이 머문 것은 등잔불 하나다. 화려한 전각도, 절 밖의 풍경도, 친하게 지내던 스님도 아니다. 
등잔불은 그때처럼 불당을 비추고 있다. 
그 앞에 서자 낭랑하게 책을 읽던 자신의 옛 모습이 스르르 떠오른다. 
가물거리는 불빛 속에 잊고 지냈던 소년 시절의 열망이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소년 시절의 열망이 멈춰 서 있는 추억의 공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