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용감했던 소녀[이은화의 미술시간]〈192〉

바람아님 2021. 12. 10. 09:15

 

동아일보 2021-12-09 03:00

 

눈 내리는 광장에 알몸의 젊은 여자가 죽어 있다. 오른쪽엔 십자가가 세워져 있고, 창을 든 병사가 그 앞을 엄호하고 있다. 배경에는 마을 사람들이 보이고, 땅에 내려앉은 비둘기 떼가 죽은 여자 주변을 맴돌고 있다. 도대체 이 여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페인이 로마제국 통치하에 있던 304년, 바르셀로나 인근에 에울랄리아라는 이름의 열세 살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귀족 집안 출신에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무척 똑똑하고 당찬 아이였다. 당시 로마 황제는 자신을 숭배하지 않는 수많은 가톨릭교도들을 탄압하고 죽였다. 에울랄리아는 이에 항의하며 당당히 맞서다 끔찍한 형벌을 받았다. 채찍질, 태형 같은 고문은 물론이고 옷이 벗겨진 채 유리나 못 등 뾰족한 것들이 잔뜩 든 통에 넣어져 내리막길을 굴렀다. 기적적으로 상처 하나 생기지 않자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그녀가 숨을 거두자 하얀 눈이 내려 알몸을 덮어주었고, 입에서는 비둘기가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1208/110687436/1
용감했던 소녀[이은화의 미술시간]〈192〉

 

용감했던 소녀[이은화의 미술시간]〈192〉

눈 내리는 광장에 알몸의 젊은 여자가 죽어 있다. 오른쪽엔 십자가가 세워져 있고, 창을 든 병사가 그 앞을 엄호하고 있다. 배경에는 마을 사람들이 보이고, 땅에 내려앉은 비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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