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3. 11. 27. 00:30 수정 2023. 11. 27. 06:48
한국, 오리엔탈리즘 극복엔 성공
모방 아닌 창조형 인재 넘쳐나야
성장률 5년 1% 하락 법칙 깨져
개별성 존중, 이타성 확보가 관건
서구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비판한 대로 오랫동안 동양을 타자화했다. “너와 나는 다르고 그 차이는 내가 규정하겠다”는 제국주의의 오만이었다. 서구는 문명의 주역이고, 동양은 열등하고 비논리적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냈다. 동양인들은 서구의 비틀린 시선을 통해 자신을 응시하고 정체성을 갖게 됐다. 서구를 모방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한국은 이 모욕의 과정을 뼈저리게 겪은 뒤 실력으로 절정의 국가 파워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 변신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한국 경제의 진짜 성장 능력을 나타내는 장기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5년 1% 하락의 법칙’이 마법이 되고 있다. 좋은 일자리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선진 기술과 지식을 모방하는 주입식 교육을 통해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돼 부자나라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선진국이 만든 ‘20년 특허의 벽’에 부닥쳐 모방이 쉽지 않게 됐다. 그래서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고 김세직 교수는 역설한다.
서울대 교육개혁 태스크포스의 또 다른 일원인 김윤영 기계공학과 석좌교수는 배우는 것을 줄이고 많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공학은 기술로 문명을 발전시키는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독자적 문명을 건설할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서울대발(發) 교육혁신’은 관학(官學)의 타성을 거역하는 일대 사건이다. 타인의 시선, 나시레마의 최면에서 깨어나 저 눈부신 광장으로 걸어가는 과정이다. 성공해서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난제를 직면하고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https://v.daum.net/v/20231127003028022
[이하경 칼럼] 나시레마족 주술을 거부하는 서울대발 교육개혁
[이하경 칼럼] 나시레마족 주술을 거부하는 서울대발 교육개혁
나시레마(Nacirema)라는 부족이 있다. 남자들은 매일 날카로운 도구로 얼굴을 괴롭히고, 여자들은 작은 오븐에 머리를 굽는다. 입 안에 마법의 분말을 넣는 의식을 수행한다. 기이한 주술에 사로잡
v.daum.net
모방과 창조
서울대 김세직 교수의 새로운 한국 경제학 강의
저자 김세직
출판 브라이트 | 2021.7.12.
페이지수 388 | 사이즈 154*226mm
판매가 서적 16,200원 e북 11,340원
오리엔탈리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 | 역자 박홍규
출판 교보문고 | 2015.9.17.
페이지수 735 | 사이즈 223*152mm
판매가 서적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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