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3. 12. 7. 04:32
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한겨울 길에서 먹어야 맛있다.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 그 맛이 더 좋다. 붕어빵 이야기다. 언 입을 벌려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함 속 뜨겁고 촉촉한 속살이 한순간 추위를 날려 보낸다. 초콜릿 색 달곰한 ‘내장’은 꼬인 감정마저도 웃게 한다. 꼬리부터 먹을까, 머리부터 먹을까가 고민일 뿐이다. 추워지면 주머니에 천 원짜리 몇 장을 품고 다니는 이유다.
소설가 백수린도 붕어빵 좀 먹어본 사람이다. “붕어빵은 낱개로는 구할 수 없는 빵”이라는 말이 그냥 나왔을 리 없다. 정말 그렇다. 그래서 붕어빵은 좋은 사람과 나눠 먹기 딱 좋은 간식이다. 눈 날리는 거리에서 갓 구워 나온 붕어빵을 누군가와 함께 먹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라. 행복해 절로 웃음이 난다면 당신, 참 따뜻한 사람이다.
붕어빵은 물 건너온 먹거리다. 일본의 도미빵(다이야키·도미 모양의 빵)이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와 붕어빵이 됐다. 1950~60년대엔 미국의 곡물 원조로 밀가루가 대량 들어오면서 ‘풀빵’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퍼졌다. 묽은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고 구워낸 풀빵은 국화빵 붕어빵 등 다양한 모양으로 도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줬다. 지금은 팥뿐만 아니라 슈크림 치즈 잡채 고구마 등을 뱃속에 품더니 어종이 다양해졌다.
한겨울 소리에선 맛이 느껴진다. 특히 겨울밤에 들리는 맛있는 소리는 “메밀묵~ 찹쌀떡~”이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배달 오토바이가 쌩 하고 오는 요즘에도 한밤중 “메밀묵~ 찹쌀떡~” 소리가 들리는 동네가 있을까. 정겨워서 몹시 그리운 소리다.
https://v.daum.net/v/20231207043200252
붕어빵에서 버릴 '앙꼬' [달곰한 우리말]
붕어빵에서 버릴 '앙꼬'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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