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고정애의 시시각각] 우린 대통령제인가 내각제인가

바람아님 2023. 12. 8. 01:02

중앙일보 2023. 12. 8. 00:31

총선 앞 정부 안정성 놓친 대통령
입법권으로 정부 포박한 민주당
서로 비난만…무책임 정치의 극치

칼럼 제목을 보곤 당연한 걸 묻는다고 여겼겠다. 우리의 ‘건국 아버지’들이 만들어낸 건 그러나 미국식의 ‘순(純)대통령제’는 아니었다. “내각제를 검토하다가 정부의 안정성, 정치의 강력성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대통령제가 됐다”(유진오 박사)는 말마따나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다. 의원들이 국무위원(장관)이 되는 게 한 예다. 미국은 의원 배지를 떼야 장관이 되고, 임기도 대개 대통령과 함께한다. 장관이 대통령의 ‘비서(secretary)’여서다. 우리도 한때(1962~69) 겸직을 금했다.

한데 지금 와서 보면 우리의 통치체제가 뭔지 헷갈릴 수준까지 변형됐다고 느낀다. 우선 행정부·입법부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인사청문회 통과율이 높다는 이유로 현직 의원들의 장관 진출이 늘더니 문재인 대통령 땐 18명 중 6명에 이른 적이 있다(2021년 1월 개각). 직전까지 의원이었던 이를 포함하면 8명이었다. ‘의원님 내각’으로 불렸는데 ‘님’을 빼도 무방했다.

168석 거대 야당이라고 해서 ‘야당(the opposition)’의 본질적 역할이 달라지지 않는다. 바로 비판과 감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걸 넘어 입법권으로 정부를 포박해 자기 일을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정부의 반대에도 국가정책(양곡관리법·간호법·방송법·'노란봉투법')을 강제하고, 정작 정부 어젠다는 우주청은 고사하고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도 외면한다. 정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하지 못하게 하고, 하기 싫어하는 일은 억지로 떠안기는 꼴이다. 하나같이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땐 곁도 안 주던 일들이다.

결국 우리는 외양적으로 대통령 권력이 제일 센 듯하지만 일부 분야일 뿐이고, 상당수 권력은 입법부로 빨려들어가는 체제하에 있다. 입법부 특히 야당은 완력을 행사하지만, 책임은 행정부로 미루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에만 골몰한다. 대통령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애쓰기는커녕 야당을 탓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제대로 되는 일은 없고 욕만 오간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통치체제를 표현할 말이 떠올랐다. 내각 무책임제가 짙게 밴 대통령 무책임제, 그거다.


https://v.daum.net/v/20231208003151334
[고정애의 시시각각] 우린 대통령제인가 내각제인가

 

[고정애의 시시각각] 우린 대통령제인가 내각제인가

칼럼 제목을 보곤 당연한 걸 묻는다고 여겼겠다. 우리의 ‘건국 아버지’들이 만들어낸 건 그러나 미국식의 ‘순(純)대통령제’는 아니었다. “내각제를 검토하다가 정부의 안정성, 정치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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