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베트리아노, ‘Game on’, 2007년, 캔버스에 유채.
라클로의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의 주인공 발몽 자작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옴 파탈(팜 파탈의 상대어로 치명적인 매력으로 유혹해 상대 여자를 파멸시키는 남자)이다. 그가 프랑스 귀족 사교계의 연애술사가 된 비결은 유혹의 기술에 있었다. 비법은 두 가지다.
첫째, 쾌락과 사랑을 철저히 구분했다. 열정에 불타면서 마음은 냉각시키는 열·냉탕 러브 트레이닝으로 감정의 근육을 단련했다.
둘째, 연애를 공격과 방어라는 전술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전술의 핵심은 유혹하고, 정복하고, 차버리기다. ‘위험한 관계’를 연애심리서의 백미로 꼽는 것도 성욕과 애증, 질투의 본질을 예리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스코틀랜드 화가 잭 베트리아노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다. 두 남녀가 호텔방에서 진한 스킨십을 한다. 다음 장면은 쉽게 상상이 간다. 두 사람이 침대로 돌진해 격렬한 정사를 벌이는 것이다.
베트리아노의 그림은 설명이나 해석이 필요 없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림으로 보는 에로틱 영화다. 그래서 베트리아노는 찬사와 비난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작가다. 비평가들은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3류 화풍이라고 혹평하지만 대중은 열광한다. 작품도 엄청나게 비싸게 팔리고 있다. 예술성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그의 그림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관음증을 자극한다. 우리가 성적 욕망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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