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3. 23. 03:02
죽음은 꼭 절망이며 어둠일까. 김영민 교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게 좋다’에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한적한 곳에 문을 잠그고 홀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렇게 온전히 하루를 보내면 불안한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감각이 생기는데, 그 느낌이 자기 삶의 단단한 기반이라는 것이다. 죽음이 이토록 명징한 것이라면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는 ‘사는 게’ 아니라 ‘죽어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회복 불가능한 불치의 병에 걸려 긴 고통을 그만 멈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조력 사망이 가능한 스위스의 한 단체로 향하는 여정을 지켜봤다.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 속, 다양한 의견과 가슴 아픈 사연을 읽으며 나는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인 ‘조력존엄사법’이 초고령화 시대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중대 이슈라는 걸 깨달았다.
스위스에 도착해 활기차진 한 환자가 다시 생각할 것을 눈물로 호소하는 가족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마침내 고통을 멈추고 죽을 수 있다는 희망에 살맛이 나는 역설을 상상할 수 있겠냐고. 극심한 통증을 연장시키는 선택과 소중한 생명을 단축시키는 선택 중 어느 쪽이 더 두려운가. 정답은 없다. 다만 그 어느 순간에도 핵심은 좋은 죽음이 아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https://v.daum.net/v/20240323030252023
[백영옥의 말과 글] [346] 아주 보통의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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