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3. 30. 03:01
한 유튜브에서 개그우먼 정선희가 남긴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그녀는 한동안 TV에서 자취를 감췄는데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진 그녀에게 그 일은 치명적이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포털 사이트에 눈물 흘리는 자신의 사진이 너무 많이 도배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포털 측과 상담 전화 끝에 사진을 지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울컥한 마음에 “내 사진인데 못 지우면 어떡하냐!”고 항변했더니 포털 직원의 조언은 새로운 사진으로 업로드하라는 말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리기 힘들다. 일기예보에는 맑은 날이 많지만 삶에는 비 오는 날도 많다. 우산을 써도 비 오는 날 길을 걷다가 흙탕물을 뒤집어쓸 때도 있다. 기대와 다르게 삶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눈앞이 다 깜깜해질 만큼 삶이 막막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견디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눈물의 시간을 버틴 후 끝내 우리가 알아야 할 건 결국 눈물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이다....그리고 지금 절망의 시기를 보내는 사람은 기억해야 한다. 지금 내 컵의 흙탕물은 오직 새로운 물로만 깨끗해질 수 있다는 걸.
https://v.daum.net/v/20240330030137539
[백영옥의 말과 글] [347] 인생의 흙탕물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영옥의 말과 글] [348] 유모차와 개모차 (2) | 2024.04.06 |
---|---|
[함영준의 마음PT] 환각제 LSD가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까? (2) | 2024.04.02 |
[백영옥의 말과 글] [346] 아주 보통의 작별 (2) | 2024.03.23 |
[백영옥의 말과 글] [345] 지금 여기에 머무르기 (2) | 2024.03.16 |
조력존엄사 선택할 권리, 아직 금기인가 이제 공감인가 (2) | 2024.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