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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투키디데스 함정'과 사드(THAAD)

바람아님 2014. 10. 20. 12:09

(출처-조선일보 2014.10.20 안용현 베이징 특파원)


안용현 베이징 특파원 사진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외신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에 대해 

"우리 모두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두고 '패권국과 신흥 강국은 싸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 데서 나온 말이다. 

시 주석은 과거 패권국과 신흥국처럼 미·중은 정면으로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시진핑의 대미(對美) 정책인 '신형 대국관계'도 미국이 영토·주권 등 중국의 '핵심 이익'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중국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중은 시 주석의 말과 달리 점차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중화 민족의 부흥'(중국)과 '아시아 복귀 전략'(미국)이 외교·안보·군사·경제 등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에 대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면전에서 

"미국은 홍콩 시민의 보편적 참정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곧바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박했고, 인민일보는 "홍콩 시위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필리핀·베트남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했다. 

2차 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했고, 적으로 싸웠던 베트남에 대해선 40년 만에 무기 금수 조치를 풀었다. 

필리핀에는 22년 만에 미군을 재배치했다. 

BBC 방송은 최근 "미국이 대만에 360도 전방위 공격이 가능한 MK-41 수직 미사일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의 포위를 힘으로 뚫으려는 기세다. 

작년에만 28척의 전함·잠수함을 증강 배치했다. 

지난달에는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31B'를 처음 시험 발사했고,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는 중국형 이지스함을 추가 투입했다. 

남중국해의 6개 섬과 암초에 대규모 활주로와 부두를 건설해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을 만드는 공사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미·중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불거졌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중국의 국방 전문가는 "주한미군이 1000㎞ 이상 감시할 수 있는 사드 레이더 방향을 중국 쪽으로 틀면 핵심 전력인 

베이징 군구(軍區)와 선양 군구가 미군의 손바닥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사드 배치가 지역 안정에 이롭지 않다"(외교부 대변인)는 수준으로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최근 한국 인사들을 만나 "한국이 사드를 도입하면 한·중 관계는 그날로 끝"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냐" 등의 거친 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중국 측은 사드에 대한 우려를 한국 정부에 잘 전달해 달라는 의미에서 과도한 표현을 썼을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협박'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미·중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면 우리도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드가 한국을 함정으로 당기는 고리가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