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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92] 김옥길

바람아님 2014. 11. 25. 10:32

(출처-조선일보 2014.11.25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2006년 서울대를 떠나 이화여대에 새 둥지를 틀자 
참으로 많은 사람이 내게 이화의 역사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그 많은 얘기 중 가장 자주 언급된 이름이 바로 김옥길 총장님이었다. 
총장 재임 시절 당시 정권에 항거하던 학생과 교수를 보호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일화와 
문교부 장관이 되자마자 억압과 강제 규율의 상징이었던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을 학교장 재량에 맡긴 
결단 등 잘 알려진 얘기부터 총장 집무실에 앉아 결재만 하고 지시만 내리는 게 아니라 
늘 학교 구석구석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해 대학 위상을 높인 
얘기까지 침이 마르도록 들었다.

그분의 가르침을 기리기 위해 이화여대는 2001년부터 매년 한 차례 김옥길 기념 강좌를 열고 있다. 
나는 2006년 루스 시먼즈 당시 미국 브라운대 여성 총장님과 더불어 '여성 시대와 학문의 통섭'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오늘 오후 3시에는 세계적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제14회 김옥길 기념 강좌 연사로 
이화여대 대강당 강단에 선다. 
김옥길 총장은 1971년 이화여대 창립 85주년 기념식에서 "현대는 과학을 숭상합니다. 
우리 이화도 과학 교육에 치중합니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에 이화여대는 1982년 자연과학대학을 설립하고 1996년에는 
여자 대학으로는 세계 최초로 공과대학을 신설한 바 있다. 
이번 세기에 여성의 진출과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가 바로 과학과 기술이다.

'앎의 변화가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그의 교육 철학은 내가 늘 떠들고 다니는 "알면 사랑한다"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앎을 향한 열정과 실천으로 여성 교육과 사회 변화에 큰 족적을 남긴 김옥길 총장과 팔순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침팬지에 관한 당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보호와 생명 사랑 정신을 퍼뜨리기 위해 1년에 300일 이상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제인 구달도 참 많이 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