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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별난 '연하장 사랑'.. 모바일시대에도 34억장 발행

바람아님 2014. 12. 19. 11:03
[출처 ; 문화일보 2014-12-18일자]   

 

 

아이돌이 연하장 홍보하기도

일본우편(우체국)이 지난 15일 연하장 접수를 시작하면서 일본에서 본격적인 연말 시즌이 막을 올렸다.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시대가 된 지 오래인 데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손으로 직접 새해 인사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는 연하장이 사랑받고 있다. 2015년 1월 1일 배송 예정인 올 연말 연하장 발행 규모가 총 34억1000만 장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일본의 인구 1억2700만 명을 단순 대입해 봐도 1인당 28장 가까이 연하장을 보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의 경우에는 수십 장에서 100장 이상의 연하장을 부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일본우편이 새해를 앞두고 ‘양 미소녀 연하장’(위)과 아이돌 그룹 노기자카46 멤버들의 동영상이 나오는 ‘증강현실 연하장’(아래)을 출시했다. 일본우편 홈페이지 캡처

일본우편이 '접수 개시'를 발표하고 연하장을 부치는 시기를 지정하는 이유도 엄청난 우편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일본우편은 늦어도 1월 3일까지는 연하장을 배송한다는 원칙하에 접수가 시작되는 15일부터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집중 작업을 벌인다.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할 공간이 부족해 조립식 건물을 지어 활용하는 경우까지 있다. 판촉물 외에는 우편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편지 문화가 사라진 한국 등과 비교하면 엄청난 연하장 배송 규모지만, 일본에서는 연하장이 인터넷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역대 최대 연하장 발행 규모를 기록한 2004년 44억6000만 장과 비교하면 10년 새 10억 장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0∼30대들은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메시지 등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본우편은 연하장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올해 15일 연하장 접수 개시 기념행사에서는 '연하장 친선대사'로 선정된 인기 아이돌그룹 노기자카(乃木坂)46 멤버 7명이 기모노(着物) 차림으로 참석해 연하장을 우체통에 넣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와 함께 연하장에 스마트폰을 대면 노기자카46 멤버들의 3D 동영상이 나오는 '빙글빙글 증강현실(AR) 연하장'을 출시해 10대 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스마트폰 채팅 앱 '라인'과 제휴해 주소를 모르는 친구에게 연하장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오타쿠(御宅·마니아)를 겨냥한 미소녀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하장도 등장했다. 일본우편은 연하장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디자인 키트' 서비스를 통해 내년 간지인 양을 모티브로 한 '양 미소녀' 등 다양한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