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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평양의 변화'는 虛像(허상)일 뿐이다

바람아님 2015. 2. 7. 20:08

(출처-조선일보 2015.02.07 최유식 디지털뉴스본부 취재팀장)


	최유식 디지털뉴스본부 취재팀장
지난 2~3년 사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 외교관이나 사업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평양의 변화'를 말한다. 도심에 외국 식당 수십 곳이 생겨 성업 중이라거나 백화점에 일제(日製) 상품이넘쳐난다는 건 구문(舊聞)이 됐다. 
외국인이 이용해 온 고려호텔 2층 바는 양주잔을 기울이는 북한 신흥 사업가들 차지가 됐다고 한다.
한 중국인 사업가는 "인민보안성(경찰)이 900대 규모의 택시를 운영하고 있고, 한밤중에도 전화만 
하면 달려오는 콜택시까지 있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가 시작된 것은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2012년이었다. 
그해 중앙정부의 기능을 산하기관과 지방 기업소 등으로 대폭 이관하는 '5·30 조치'가 있었다. 
집단농장의 분조(分組) 인원을 10~25명에서 4~6명으로 줄이는 '6·28 방침'도 나왔다. 
1~2가구가 집단농장 토지를 나눠 경작하게 하고, 생산물 중 일부는 장마당(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게 한 것이다. 
농업 개혁으로 2013년 북한 곡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5%가량 증가했다는 통계(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있다.

하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이런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은 석탄·철광석 등 지하자원을 중국에 팔아서 번 돈이다. 
지하자원과 수산물 등 1차 산품은 전체 대중(對中) 수출의 70%를 차지한다. 
북한은 김정일 말기인 2010년을 전후해 그동안 '매국(賣國) 행위'라며 제한해온 지하자원 수출을 대폭 풀었다. 
2010년 6억7000만달러였던 북한의 대중 자원 수출은 2011년 16억달러대로 급증했고 이후에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신흥 부유층 상당수는 이런 지하자원 수출 중개를 통해 돈을 모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늘고 있는 해외 근로자도 주된 수입원이다. 
7만명에 이르는 북 근로자들이 해외에서 송금하는 돈은 연간 2억달러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번 돈이 
산업자본으로 전환돼 공장을 짓고 인프라를 건설하는 등 체제 변화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체제의 통치 자금이나 일부 부유층의 소비 자금으로 흥청망청 흘러가고 있다. 
김정은판(版) 경제 개혁이 과거 여러 차례 있었던 '경제 관리 개선 조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것이 환율이다. 
2009년 화폐 개혁 직전 1달러당 4000원 선이었던 북한의 암시장 환율은 최근 8000원 선에 육박하고 있다. 
평양은 백화점과 식당은 물론 택시에서도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가 사용된다. 
주민들은 돈이 생길 때마다 달러나 위안화로 바꾸기에 바쁘다. 
자국민의 신뢰조차 얻지 못하니 수도 한복판에서 외국 화폐가 판을 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연초에 "인민들이 언제 한번 풍족한 생활을 누려보지 못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집권 후 펼쳐온 경제정책을 보면 '우리도 이 정도 할 수 있다'는 허세(虛勢) 이상의 뭔가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미얀마·몽골 같은 진정성이 안 보인다. 새로 개장한 능라도 유원지와 마식령 스키장이 몇몇 외국인의 눈길을 끌었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