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07

[천자칼럼] 요일제 공휴일, 이번엔 될까

한국경제  2024. 7. 4. 00:46 직장인들이 새해 달력이 나올 때면 먼저 살피는 게 공휴일이다. 1주일의 중간에 있는 ‘빨간날’도 고단한 주중 피로를 풀어줄 쉼터로 반갑지만,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걸린 휴일에 비할 바 아니다. 토·일요일과 이어진 3일간의 연휴는 선물 같은 느낌이다.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 가족 여행이나 넉넉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어서다. 공휴일을 지정하는 방식은 ‘날짜제’와 ‘요일제’로 나뉜다. 날짜제는 특정 날짜를 정해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주말에 걸리면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없고, 샌드위치 데이가 생기면 리듬이 흐트러진다. 우리나라 모든 국경일은 날짜에 기초한다. 다만 공휴일 수 감소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2013년부터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백영옥의 말과 글] [360] 우울한 나라의 성공학

조선일보  2024. 6. 28. 23:52 강의에서 성공하는 법을 묻는 학생의 질문을 받고 ‘노력’이란 단어를 되삼킨 적이 있다. ‘하면 된다’가 ‘되면 한다’로 바뀐 걸 모르냐는 조카의 핀잔을 듣다가 노력도 가성비 따지는 게 트렌드인가 싶어 아찔했다. 노력이란 단어가 오염됐다는 건 ‘노오력’ 같은 신조어의 등장으로도 알 수 있다. 노력과 노오력 사이엔 ‘강도’와 ‘빈도’ 이외에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언제까지 노력해야 하나. 분명한 건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되는 건 별로 없을 거란 선명함이다. 노력이 의지가 아닌 재능이 되는 순간이다. 열정이란 하기 싫은 마음을 끝없이 돌려세우는 차가운 이성에 가깝다. 취미로 글을 쓰던 시절을 지나 직업으로 쓰게 되면서 나는 열정 앞에 ‘뜨거운’이란 형용사를 붙이..

[더차트] "돈 많은데 한국 왜 살아"…부자들 탈출하는 나라

머니투데이  2024. 6. 23. 05:00 국내 백만장자 약 1200명이 올해 대한민국을 떠날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글로벌 투자 이민 컨설팅 기업인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는 지난 19일(한국시간) '2024년 부의 이동 보고서'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인 국내 자산가 1200명 가량이 올해 한국을 떠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에서 올 한 해만 세자릿수에 달하는 자산가가 해외로 유출된다고 본 셈이다. 백만장자 유출이 가장 심할 것으로 전망된 나라는 중국이었다. 올해 중국에선 약 1만5200명의 자산가가 떠날 것으로 분석됐다. 헨리앤파트너스는 시진핑 주석의 '공동 부유' 정책이 ..

[백영옥의 말과 글] [359] 다시 보기

조선일보  2024. 6. 21. 23:55 얼마 전 친구들과 최신 개봉 영화 얘기를 했다. 나는 보지 못한 영화였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신작 영화와 신간을 거의 다 챙겨 보는 편이었다. 일종의 직업적 강박인 셈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와 함께 콘텐츠의 양에 압도되면서부터 곧 길을 잃기 시작했다. 가끔 스스로 너무 많은 음식이 적힌 메뉴판 앞에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당황한 외국인 여행객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종종 댐이 무너지듯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의 흙탕물 속에서 무엇을 읽고, 보고, 들어야 할지 헤맬 때가 있다. ‘오메가3′ 섭취가 몸에 좋다는 뉴스와 나쁘다는 뉴스 사이에서 그렇게 길을 잃는다. 그때마다 등대의 불빛을 찾듯 오랫동안 반복해서 본 책과 영화를 떠올린다. 가..

후배들에 실망한 노소영 "서울대는 잔뜩 경직…계명대생 질문은 정곡 찔러"

아시아경제  2024. 6. 16. 11:30 두 대학 특강 후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대학교와 계명대학교에서 특강한 소회를 밝힌 것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노 관장은 "이제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라고 말했다. 노 관장은 지난 8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tabula rasa(타불라 라사)'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타불라 라사란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 백지를 뜻한다. 서울대와 계명대를 비교한 이 글은 전체 공개가 아닌 친구 공개로 작성됐다. 최근 두 학교에서 특강을 진행한 노 관장은 "학부생 수업이라 부담이 있었지만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우선 계명대에 대해 "50분 정도 강연을 하고 학생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주며 무엇(질..

[백영옥의 말과 글] [358] ‘타타타’와 ‘탓탓탓’

조선일보  2024. 6. 14. 23:55 오래전 겨울 산행을 한 적이 있다. 옛 직장의 신년 단합대회 행사였는데 모두 처음 가는 산이었다. 그중 한 명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그녀가 “지금 가는 길이 맞아요? 우리 제대로 가는 거 맞죠?”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번은 모두 “아마 맞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생각해보면 질문을 하는 그녀도, 우리도 모두 초행길이었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누구도 정확한 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등반 내내 재촉하듯 이 길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가는 일행의 얼굴에 점점 짜증이 번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가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발생했다. 한 번도 앞서며 길을 찾지 않던 그녀에게 “아까는 이 길..

바닷가재가 오래 사는 건 껍질을 계속 벗기 때문 [고두현의 문화살롱]

한국경제  2024. 6. 12. 00:16 ■ 성장의 비밀 '탈바꿈' 나이 들어도 새로운 근육 형성 힘·번식력 세지고 수명도 길어져 곤충 역시 탈피 반복하며 성장 스스로 알 깨고 나오는 게 중요 고야, 80세에 새 석판화 기법 실험 죽기 전 '지금도 나는 배운다' 그려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 된다/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지난 9일 타계한 김광림 시인의 시 ‘덤’의 앞부분이다. 1989년 펴낸 시집 에 실린 이 시에는 ‘덤을 좀만 누리다’ 간 김종삼 시인(63)과 ‘진작 가버린’ 이중섭 화가(40), ‘쉰의 고개턱에 걸려’ 주저앉은 조지훈 시인(48), ‘일찌감치 숟갈을 놓은’ 김소월(32), 이상(27)이..

[백영옥의 말과 글] [357] 그들을 응원하는 이유

조선일보  2024. 6. 7. 23:52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만년 하위팀. 이 수식어에 가장 어울리는 야구팀은 어디일까.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류현진 선수가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에 복귀한다는 기사를 봤을 때, 나는 그가 수비를 믿고 던진다는 후배 투수에게 한 충고를 떠올렸다. 충격의 18연패를 부른 한화의 허약한 수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류현진의 멘털을 단련시켰다고 믿는 사람들, 이제 보살이란 애칭까지 붙은 한화 팬들은 오랜 시간 ‘우승 아닌 일승, 승리 아닌 득점, 안타 아닌 출루’에도 기뻐하며 연패에도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며 응원하는 내공을 보여 왔다.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조차 연패를 안타까워하는 팀으로 말이다. 영화 ‘머니볼’에는 제러미 브라운이라는 야구 선수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