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06

[백영옥의 말과 글] [365] 게임의 법칙

조선일보  2024. 8. 2. 23:50 1988년 서울 올림픽 관련 다큐를 봤다. 서울이 아니라 ‘쎄울’이었다. “아 라 빌 드 쎄울!(a la ville de Seoul)!” IOC 위원장 사마란치의 88올림픽 개최지 발표가 아직 귀에 선하다. 최신 드론으로 오륜기를 만드는 요즘, 하늘에서 다이빙하는 인간을 띄워 오륜기를 만든 장면을 보니 그 시절의 결기가 느껴졌다. 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군가풍의 출정가 ‘이기자 대한건아’는 ‘이기자, 이겨야 한다!’는 가사를 무한 반복하며 ‘체력은 국력’이라는 표어가 유행하던 개발도상국 시절의 비장함을 풍겼다. 2024 파리 올림픽의 선전을 보며 떠오른 건 장미란 선수다. 경쟁자인 중국의 ‘무솽솽’ 선수와의 일화를 소개한 그녀는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 올림..

30대 며느리 폭탄선언…“아파트·차 사준 시댁에 무조건 ‘복종’해야 되나”

디지털타임스  2024. 7. 31. 00:32 시댁으로부터 집·차 제공받은 30대 女 ‘폭탄발언’에…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술렁’ 해당 게시물 올라온 지 이틀 만 6만6633 조회수 돌파…‘폭발적 반응’ “염치가 없어”, “저 정도도 하기 싫으면 마포 집은 포기하셔야”…일침 댓글 쏟아져 한 30대 여성 A씨가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부유한 시댁과 결혼한 사실을 밝히며 '시댁의 지원을 받으면 무조건 복종해야 되는 것이냐'고 공개 질의를 해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3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시댁에서 지원받으면 복종해야 되나요?"라는 제하의 글이 최근 게재됐다. 해당 게시물은 올라온지 이틀 만인 이날 오전 12시 기준 6만6633 조회수..

[백영옥의 말과 글] [364] 초식동물과 아파트

조선일보  2024. 7. 26. 23:50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얼룩말, 영양, 가젤 같은 초식동물은 군집 생활을 한다. 반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는 가족 단위거나 혼자 초원을 누빈다. 초식 동물들은 왜 집단 생활을 할까. 안전에 대한 본능 때문이다. 사자가 가젤을 공격해 무리에서 가장 느린 가젤 하나가 희생되면 무리의 생존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전쟁 같은 극한 상황이 닥치면 아이와 여성, 노약자들이 먼저 희생되는 것과 비슷하다. ‘스프링복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스프링복(springbok)은 수천 마리가 무리를 이루며 시속 88km로 달릴 수 있는 아프리카 영양의 일종이다. 스프링복은 신선한 풀을 찾아 수시로 이동하는데 문제는 수천 마리가 무리 지어 사는 데서 발생한다. 선두 그룹은 신선한 ..

[백영옥의 말과 글] [363] 갈팡질팡 내 마음

조선일보  2024. 7. 19. 23:55 처음 편의점 배달 서비스 광고를 봤을 때 걸으면 몇 분, 배달하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 서비스가 잘 될까 싶어 의아했다. 하지만 배달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뉴스를 보니 인간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게으른 존재란 생각이 든다. 땀 흘리며 운동하는 사진은 매일 인증해도 오피스텔 1층 편의점에 가는 건 또 귀찮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짜장면, 냉면 위에 채 썬 오이는 질색하면서 통 오이는 건강에 좋다며 잘 먹는 나도 이상하다. ‘짬짜면’이 등장했을 때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오랜 고민이 드디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저조한 판매를 기록한 이 신박한 메뉴가 중국집에서 하나둘 사라진 지 오래다. 연애할 때 좋아했던 장점이 결혼 생활에는 단점이 되는 아이..

[백영옥의 말과 글] [362] 회한과 그리움

조선일보  2024. 7. 12. 23:55 글을 쓰다 보면 한 줄도 직진하지 못하고 머릿속이 뿌예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음악을 듣는다. 옛 노래도 종종 듣는 편인데 최근에는 정훈희와 송창식이 함께 부른 ‘안개’를 자주 들었다. 옛날 음악을 듣기 위해 유튜브에서 ‘박인희와 함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같은 추억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찾았다. 음악도 좋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밑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만개가 넘는 댓글의 대부분은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장은 ‘눈물이 난다’는 말이었다. 이게 꼭 한국만의 정서일까 싶어 영어로 ‘Oldies But Goodies’를 검색했다. 영어로 달린 댓글 역시 오지 않을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분위기였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동양은 ‘새..

[고두현의 문화살롱] 귀는 왜 두 개일까…다섯 가지 숨은 이유

한국경제  2024. 7. 10. 01:05 ■ "양쪽 귀를 크게 열라" 방향감각 키우는 쌍청각 작용 양쪽 정보 합산하는 가산효과 회전·기울기 조절하는 평형감각 남의 말을 깊이 듣는 경청효과 쓴소리까지 들을 줄 아는 '耳順' 시간·정성 들인 만큼 성찰효과도 카슨 매컬러스 소설 의 주인공은 귀먹은 청년이다. 갑작스레 친구를 잃고 동네 카페에서 외롭게 시간을 보내는 그의 곁으로 몇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남모를 비밀 때문에 아내와 소원해진 카페 주인, 떠돌이 급진주의자, 음악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소녀, 인권을 생각하는 흑인 의사. 이들은 서서히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입술 모양을 열심히 읽으며 얘기를 들어준다. 그러나 눈만 껌벅일 뿐 뭐라고 대꾸를 해줄 수 없다.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말도 ..

[백영옥의 말과 글] [361] 반복되는 모든 것

조선일보  2024. 7. 5. 23:55 주말에는 남편과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데이트한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서로 궁금한 게 있냐며 지겹지도 않냐는 말을 하며 다른 친구가 웃었다. 빨래를 개다가, 이를 닦다가, 원고를 쓰다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삶인가 싶어 허무할 때가 있는데 그 기저의 감정은 지겨움이다. 하지만 반대로 반복되는 걸 잘 다루는 것만큼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반복이 모든 친밀한 관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유독 관계가 좋은 부부나 친구들을 관찰하면 공통점이 있는데, 같은 얘길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잘 듣는다는 것이다. ‘일상다반사’라는 말을 좋아한다. 소박하게 밥 먹고 차 마시는 보통 날의 반복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생활의 핵심이 반복된 ‘지겨움’일지..

[천자칼럼] 요일제 공휴일, 이번엔 될까

한국경제  2024. 7. 4. 00:46 직장인들이 새해 달력이 나올 때면 먼저 살피는 게 공휴일이다. 1주일의 중간에 있는 ‘빨간날’도 고단한 주중 피로를 풀어줄 쉼터로 반갑지만,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걸린 휴일에 비할 바 아니다. 토·일요일과 이어진 3일간의 연휴는 선물 같은 느낌이다.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 가족 여행이나 넉넉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어서다. 공휴일을 지정하는 방식은 ‘날짜제’와 ‘요일제’로 나뉜다. 날짜제는 특정 날짜를 정해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주말에 걸리면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없고, 샌드위치 데이가 생기면 리듬이 흐트러진다. 우리나라 모든 국경일은 날짜에 기초한다. 다만 공휴일 수 감소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2013년부터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