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제르생의 간판

서울경제 2022.09.01. 07:00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앙투안 바토가 그린 ‘제르생의 간판’은 파리에 실존했던 한 미술 상점의 내부 모습을 담고 있는 풍속화다. 이 그림 속에는 파리의 젊은 남녀들이 점원의 설명을 받으며 작품 구입을 고민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작가가 살았던 동시대인들의 삶의 단면을 그림의 주제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 주류 화단이 추구했던 화풍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림이 제작된 시점은 로코코미술이 태동하던 오를레앙 공작의 섭정 시기다. 1715년 루이 14세가 사망한 후 약 8년간 지속된 섭정 기간 프랑스 문화는 귀족과 상층 부르주아들에 의해 주도됐다. 이들은 권위적이고 규범화된 고전주의 역사화를 대체할 새로운 미술 양식을 갈망했다. 화려한 색채..

이 그림 속엔 '귀밑 침샘 종양 환자'가 숨어있다[명작 속 의학]

조선일보 2022.09.01. 03:03 [명작 속 의학] [26]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그림 아테네 학당은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 산치오가 1510년 2년에 걸쳐 완성한 프레스코다. 프레스코란 석회, 석고 등으로 만든 석회벽이 덜 마른 상태에서 그림물감이 스며들게 하는 채화(彩畵) 기법을 말한다. 라파엘로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당시 르네상스를 이끌던 3대 예술가로 꼽힌다. 그림은 바티칸 사도 궁전 방 가운데 교황 개인 서재에 있다. 그림 폭은 7m 정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사고를 추앙하고자 했다. 그림 중심의 두 사람 중 왼편의 플라톤은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관념 세계를 논하는 플라톤 철학을 암시한다. 그 옆의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세계를 중시했기에 오른손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43] 창가의 괴테

조선일보 2022.08.30. 03:01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글자 그대로 괴테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생각한 많은 것을 담은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그 여행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하듯 길어야 한 달 남짓 낯선 나라의 명소를 찾아다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1786년부터 1788년까지 무려 1년 반 동안 이탈리아에서 살았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한 숙박 공유 플랫폼의 구호를 일찍이 실천한 셈이다. https://v.daum.net/v/20220830030136747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43] 창가의 괴테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43] 창가의 괴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글자 그대로 괴테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생각한 많은 것을 담은 두꺼운 책이다. 하지..

선동가의 말[이은화의 미술시간]〈229〉

동아일보 2022-08-25 03:00 정장 차림의 남자가 청중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왼손 검지는 하늘을 찌를 듯이 위로 쭉 뻗었고, 오른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커다란 눈은 벌겋게 충혈이 됐고 귀도 붉게 달아올랐다. 도대체 남자는 누구고 무슨 말을 하기에 이리 격앙된 모습일까?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20825/115132603/1 선동가의 말[이은화의 미술시간]〈229〉 선동가의 말[이은화의 미술시간]〈229〉 정장 차림의 남자가 청중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왼손 검지는 하늘을 찌를 듯이 위로 쭉 뻗었고, 오른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커다란 눈은 벌겋게 충혈이 됐고 귀도 붉게 달… www.donga.com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다정한 왼손/미술평론가

서울신문 :2022-08-23 20:32 ‘돈키호테’ 2편 43장에서 돈키호테는 시종 산초에게 수신제가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다가 이런 말을 한다. “글을 읽을 줄 모르거나 왼손잡이인 인간은 비천하기 짝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든가 그 자신이 삐뚤어지고 구제 불능이라서 남의 가르침을 듣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기사담에 파묻혀 지내다가 살짝 맛이 가서 자신도 책에 나오는 기사처럼 돼 보겠다고 가출하기는 했으나 돈키호테는 지극히 상식적인 도덕관을 지닌 16세기 스페인의 시골 양반이다. 그런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니 왼손잡이에 대한 당대의 일반적 의견이라 해도 무방하다. 사람들은 왜 왼손잡이를 싫어했을까? https://news.v.daum.net/v/20220824050405196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42] '찬양받지 못한 설립자들을 위한 기념비'

조선일보 2022. 08. 23. 03:00 지난 201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광장에 서있던 남군(南軍) 기념 동상 ‘침묵의 샘’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군중 손에 강제 철거됐다(본 칼럼 2021년 3월 30일 A35면). 1913년 건립 당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이 상은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이 일어나며 시시때때로 문제시되기 시작하다 마침내 사라진 것이다. 같은 광장 맞은편에 한국 미술가 서도호(60)의 ‘찬양받지 못한 설립자들을 위한 기념비’가 나지막이 서있다. ‘찬양받지 못한 설립자들’이란 해방 전까지 남부의 경제를 지탱했던 흑인 노예들을 일컫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역시 1786년 미국 최초의 공립대학으로 설립된 이래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

배신과 죽음의 고통[이은화의 미술시간]〈228〉

동아일보 2022. 08. 18. 03:01 지도자에게 고통과 고뇌는 필수다. 선택과 결정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는 로마 지배하에서 가장 억압받고 차별받던 유대인 민중의 메시아 운동을 이끌던 지도자였다. 그는 최후의 만찬 후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고뇌에 찬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성서에 나오는 이 장면은 기독교 미술의 인기 주제였고, 16세기 베네치아파의 창시자 조반니 벨리니도 이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https://news.v.daum.net/v/20220818030109135 배신과 죽음의 고통[이은화의 미술시간]〈228〉 배신과 죽음의 고통[이은화의 미술시간]〈228〉 조반니 벨리니 ‘동산에서의 고통’, 1458∼1460년경.지도자에게 고통과 고뇌는 필수다. 선택과..

화끈한 키스, '이 여성' 사르르 녹아내리다[후암동 미술관-구스타프 클림트 편]

헤럴드경제 2022. 08. 13. 05:31 빈 분리파 선구자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그림,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그림,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그림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https://news.v.daum.net/v/20220813053158962 화끈한 키스, '이 여성' 사르르 녹아내리다[후암동 미술관-구스타프 클림트 편] 화끈한 키스, '이 여성' 사르르 녹아내리다[후암동 미술관-구스..